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어버이 날

by 하이디_jung 2015. 5. 9.

 
  어버이날,
 나는 친정엄마가 좋아하는 통닭을 시켜 엄마랑 맛있게 먹었다. 울 엄마는 닭고기를 좋아하신다. 예전에는 삼계탕을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요즘은 바싹하게 튀겨진 통닭을 좋아하신다.
 어버이날이라고 꽃바구니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들이 투영된다. 올해는 꽃이라도 보내주려나 기대 아닌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면서도 둘 다 아들이라 이내 기대를 내려놓는다. 딸이 없어 이런 소소한 날 기념이 없다. 무심한 아들 녀석들에 대한 서운함이 슬그머니 올라올 즈음 택배 아저씨가 찾아왔다. 큰아이가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사서 보냈다. 남편의 벨트와 내 몫으로 미니백을 보냈다. 고맙고 행복했다. 무언가를 사줘서가 아니라 우리도 남들처럼 어버이날을 챙겨주어서다. 선물을 받고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선물을 주는 것은 고맙지만 전화로 인사하면 안 됐을까? 옥에 티처럼 서운한 마음이 남는다. 작은 아이는 선물도 전화도 없다. 명색이 직장을 다니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버이날인데 말이다. 이럴 땐 내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쳤나 나 자신을 의심해 본다. 남편도 아이들이 전화 한 통 없는 것이 서운했던지 내게 섭섭함을 드러내었다. 부모는 그런 모양이다. 가끔씩은 자식에게 관심의 대상이고 싶은 마음.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아빠가 서운한 모양이라고 선물보다 목소리가 더 듣고 싶은 모양이라고 했더니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하겠단다. 작은 아이는 끝내 전화 한 통도 없다. 아들은 다 그렇다고, 그렇게 무심하다고들 하더니 우리 아이도 그런 모양이다. 전화 한 통이면 부모는 얼마나 행복한지 아직은 알턱이 없을 것이다. 오월 카네이션이 보이면 부모 생각이 나는 게 우리 세대의 마음인데 바쁜 세상 사느라 힘든 요즘의 젊은 아이들은 어쩌면 카네이션은 부담인지도 모른다.
 나이 들면 부모생각 안 할래도 나게 될 테니 조금 섭섭해도 바빠 그러려니 생각하면 된다. 기념일은 이래도 평소에 잘하고 있으니 꼭 오늘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남편을 보면서 이제는 나이를 먹었구나 싶다. 예전 같지 않게 사소한 일에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며, 나는 부모에게 최선을 다해서 공경하고 감사했던가 뒤돌아 본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숫가에서  (0) 2015.05.15
직장생활  (0) 2015.05.13
남편의 월급  (0) 2015.05.07
밤근무  (0) 2015.04.30
첫출근  (0)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