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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칠월이 가는 어느 날

by 하이디_jung 2016. 7. 30.



  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
저녁이면 남편은 소금에 절인 듯이 옷에 소금기가 그림을 그려진 체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다. 유달리 더운 대구의 가마솥 더위는 오늘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나는 오늘 night라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만 아침부터 만만찮은 더위에 선풍기 두 대를 돌려놓고 TV를 보다 신문을 보기를 반복하며 따분함을 느끼고 있다.
 큰아이 영권이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지금은 암스테르담에 머무르고 있다.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수여식만 남겨놓고 한 달간 휴가를 떠났다. 참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요즘 세계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건강하게 돌아올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범 무서워 산에 못 가나.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라는 오래된 글귀처럼 젊어서 도전하지 않으면 언제 또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아이의 작은 경험들이 그의 미래를 열어 가는데 밑그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10년 줄곧 공부만 하느라 힘들었을 테니 이참에 머리도 식히고 또 다름 경험을 할 수 있으면 한다. 하루에 한두 장 날아오는 사진과 안부는 아들의 건강한 하루를 말해주는 것이라 무척 반갑다. 다행히 네덜란드에는 같은 연구실 선배가 있고, 파리에는 친구가 있다고 하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남편은 칠월 들어서 하루도 못 쉬고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현장 타일공사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일의 진척이나 자재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그리고 제때 자제가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며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다. 남편의 전화 하루 통화량이 60통을 넘나더니 그럴 법도 하다. 그래도 그렇게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50대 초반에 명퇴하고 나온 사람들 어디 가서 땀 흘리며 일할 곳이 있을까. 남편은 친구덕에 비록 일은 고되지만 열심히 벌어 큰아이 여행경비로 돈백은 줄 수 있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이런 남편이 참 대단하고 믿음직스럽다. 듣는데 말은 하지 않지만 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남편 모습에서 가장의 든든한 울타리를 본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직장이 있어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무료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거 하며 가끔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소소한 즐거움이 많이 생겼다. 며칠 전 평소에 늘 갖고 싶어 하던 예쁜 그릇세트를 샀다. 그 그릇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 우리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차려야지 하는 마음이 더 행복하게 한다. 예쁜 그릇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예쁘게 담아내고 네 식구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나는 상상해 본다.
 중복도 지나고 말복을 향해 달려가는 팔월이 내일모레다. 그 유명한 유대인의 성경주석의 한 구절 ' 이 또한 지나 가리라 '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고 있고 우리들 또한 내일을 향해 달려가니 머지않아 가을이 찾아올 것이기에 오늘도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충실한 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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