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미스 사이공

하이디_jung 2007. 2. 9. 17:44

 큰애가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내게 선물 했다.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미스 사이공에 대한 나의 기대와 흥분이 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여 먼저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하게 만들었다. 큰애와 나는 도록을 한 권 먼저 사서 등장 인물과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였다. 여유로운 시간이라 샌드위치와 커피를 즐기고 우리는 여태껏 보았던 많은 뮤지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시카고. 캣츠.그리스. 맘마미아. 명성왕후.그리고 서울에서 보았다는 아이다까지. 우리의 대화가 한창일때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러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드디어 1막이 올랐다.

 때는 1945년 4월 어느날 장소는 사이공.

 주둔중인 미군들이 클럽 드림랜드에서 시끌벅적 즐기고 있었다. 킴은 한 바탕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다잃고 우연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눈에 띄어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아무것도 모르는체 클럽에서 일하게 된다. 크리스와 존이 순진한 처녀 킴을 보게 되고 존이 많은 화대를 내고 킴을 크리스에게 하루밤 즐길 수 있게 선물을 한다. 크리스와 킴이 보낸 하루밤은 화대를 내고 성을 산것이 아니라 첫 만남이 사랑의 만리장성을 쌓게 된것이다. 둘은 너무도 간절했으나 그 달콤한 시간도 잠시 미국이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철군령을 내리자 서둘러 사이공을 떠나게 되었다. 크리스는 사랑하는 킴을 데려가기 위해 발버둥쳐 보지만 그들의 운명은 그들을 갈라놓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대사관으로 몰려 갔지만 대사관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킴도 크리스를 찾아 대사관 문을 잡고 매달려 보았으나 킴을 남겨 놓은체 헬리곱터는 사이공을 떠나고 말았다.

 

 3년 후.

 베트콩이 지배하는 호치민에서 킴은 가난하게 살면서 오직 크리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아들 탐을 키우면서 언젠가 만날 날을 기대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정한 약혼자인 투이가 찾아와 지난날 킴이 거절한 약혼에 대한 복수인지 강제로 소유하러 한다. 정부 관료가 된 투이는 킴이 크리스와의 사랑을 지키려고 몸부림 치는데도 불구하고 킴의 아들 탐을 죽이겠다며 권총을 겨누자 킴은 투이를 권총으로 쏜다. 자식을 지키려고 처절하게 애원하는 킴의 모습에서 베트남에 뿌리 깊은 유교사상은 한 여성으로 하여금 일부종사만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처절한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

 킴은 엔지니어를 만나 태국으로 탈출하여 탐을 키우며 바걸로 살아간다. 언젠가 크리스를 찾아 미국으로 가기를 꿈꾸며. 한편 미국에서는 존이 태국에 킴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크리스에게 알려주지만. 크리스는 오랜 방황끝에 엘렌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크리스는 엘렌을 위해 킴을 잊으려하지만 존이 그래선 안된다며 크리스를 설득하여 태국으로 데려간다. 킴은 크리스가 왔다는 말에 기뻐서 어쩔줄을 모른다. 그러나 크리스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과 슬픔에 몸부림 친다. 크리스가 엘렌과 킴을 찾아온다. 킴은 크리스에게 탐을 보내고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스토리가 있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보통 뮤지컬이란 스토리가 미약한게 약점처럼 여겨 졌는데 이번 미스 사이공은 탄탄한 구조와 배우들의 열정이 모인 휼륭한 작품이었다. 여태껏 보아온 공연은 스토리가 약하고 그저 음악으로 대충 버무려며 넘어가는데 미스 사이공은 확실한 스토리와 노래 음악이 잘 어우려진 탄탄한 구성을 자랑했다.

 

 미국이 패배를 인정하고 철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미국 대사관으로 모여 들었지만 그들은 미국으로 갈 수가 없었고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뛰어 들었었다. 그때 처음으로 보트피플이란 국제어가 생겨나게 되었고 철군 당시 긴박했던 상황들을 3D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베트남이 공산화 되면서 미국과 관련한 일을 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베트남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월남전에 참전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많이 전사하고 아직도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참 불행한 전쟁이었다.

 세계 4대 뮤지컬답게 휼륭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3D 헬리곱터가 이륙하는 장면도 압권이었고 긴박했던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었고. 킴이 정부 관료가 되어 나타난 투이를  권총으로 쏘는 것은 너무나 처절하고 슬픈 장면이었고 감동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도시로 나올때 이런 시간이 내가 살아 있음을 행복해하고 희열을 느낀다.

 아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