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아이는 오늘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낮을 밤삼아 일어날 줄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것을 마치. 그들의 고유 문화인양 하는 걸 보면서 이해를 해야될지 아니면 잘못된 습관으로 치부해야 할지를 놓고 잠시 고민에 빠져 본다.
아이 말대로라면 건축을. 그것도 학을 전공하면 잠을 못 자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왜냐고 하니 과목 말고도 교수가 내는 과제가 잠을 잘 수 없게 할 정도로 많아서 밤을 새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내 제출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볼 때도 숙제가 많기는 하다 싶다. 스케치. 모형 만들기. 주어진 현장을 보고 건축물 제작하기 등 건축과가 정말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몰랐다.
그러니 아이의 건강에 몹시 신경이 쓰인다. 우리 둘째는 약해서 늘 체력이 모자란다고 나는 생각 한다. 그래서 이것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며 옆에서 뭐든 먹기를 자꾸 강요 해본다. 자기가 알아서 먹는다며 아이는 화를 낸다. 그러면 나는 화가 난다. 몸이 튼튼해야 뭐든 열심히 할 수가 있지라며 투덜된다.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열심이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이가 역정을 내면 속상해 진다. 그러면 속으로 다음에 뭘 사달라고 하긴 해봐라 어디 사주나봐라하고 미운 마음을 나타낸다.
전공이 다른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해도 지장이 없는데...
아이는 "엄마 그러면 건축학이 이런 줄도 모르고 괜찮다고 했어요" 라며 내게 반문한다.
아이는 요즘 사찰 건축을 공부하는지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여러 권의 책을 보면서 나는 짐작해 본다. 제목이 "절집. 사찰기행".등 그리고 근교의 사찰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주말에. 서울역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건축 대전" 전시회를 다녀와야 겠다고 한다. 아이가 열심히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것은 보기도 좋다. 하지만 건강을 해칠까봐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학을 전공하는 아이들의 공간인 학교의 디자인실은 늘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다고 한다. 3학년이 되면 아예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서 집을 오가는 시간 마저도 줄여야 된다고 한다. 이번 가을 학기가 끝나면 휴학하고 군 입대를 할 예정이다. 군에 다녀오면 3학년이 된다. 그때는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을 살아 가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있으랴마는 작은 아이의 선택은 처음부터 힘이 드는 걸 보면서 둘째라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마음이 짠하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요즘 아이들은 PC앞에 붙어 있느라 잠을 안 잔다고 하는데. 그래서 젊은 세대들의 기호인 PC가 아이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원인 제공을 한다 싶어 편리함을 떠나 부담 스럽기도 한게 아닐까.
밤을 새고 공부하고 낮에 잠시 눈 붙이고 하는 시간도 훗 날 그들에게 추억일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나는 곤히 잠든 아이의 이불을 끌어 당겨 덮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