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산의 장관을 보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하코네 온천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하코네 온천에서 하룻밤 자기로 벌써 동생네가 예약을 해놓았다. 동생댁은 음식도 잘하고 성격도 콸콸한 게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답게 뭐든지 척척 해치웠다. 그런 올케답게 차도 BMW 535 최고급으로 우리 돈으로 구천만 원이나 하는 차를 타고 다녔다. 덕분에 좋은 차도 한번 타보고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어제 시티투어를 하면서 친정 엄마의 힘든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 엄마는 허리가 약간 구부러져 걷는데 힘드신 것이다. 이제는 여행도 같이 할 수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제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할머니가 되어 힘든 모습을 보이실까. 세월이 참 약속다.
하코네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다. 고속도로를 두어 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하코네를 가다가 고텐바 아울렛 매장을 둘러 보기로 하였다. 나는 가격이 저렴한 골프웨어가 있으면 몇 벌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고덴바 아웃렛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세계의 명품은 다 모아 놓은 엄청난 규모와 상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친정 엄마는 동생과 벤치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고서 이종사촌과 올케 그리고 나 셋이서 서너 시간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옷도 몇 가지 사고 유명한 속옷 와코루 샾에서 속옷을 여러 벌 샀다. 쇼핑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어 다리가 아파 더 이상 다닐 수 없다 싶어 목적지 하코네의 야마다家을 향했다. 벚꽃이 우리를 반기며 화사하게 따라오고 날씨는 아름다운 봄 날을 선물했다. 어두움이 낯선 땅에 내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야마다家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야마다家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온천여관으로 큰 소나무가 삼층 방 안에서 천정을 뚫고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전통 있는 집이었다. 저녁이 나오기 전 이종사촌과 나는 가볍게 온천을 하였다. 내탕에서 야외탕으로 나가니 골짜기와 건너 산 등성이의 가옥들이 아담하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어느새 별이 하나 둘 나타나고 봄밤의 제법 한 바람이 안으로 나를 쫓는다. 여관에서 주는 기모노를 입고 저녁 한 상을 우리는 받았는데 전통 일본식 만찬이었다. 각각의 앞에 자근자 그만 그릇에 예쁘게 차려진 음식은 음식이라 하기보다 작품이었다. 나는 사진으로 음식들을 담았다. 맵고 짠 우리 음식과는 달리 싱겁고 단 일본식은 한두 번은 먹어도 세끼는 먹기가 지겨웠다. 저녁을 먹고 나니 덩치가 작은 아저씨가 들어와서 우리 다섯 명의 이부자리를 하나하나 깔아 주고 나가셨다.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전통 가옥의 다다미 방에서 그들이 깔아준 깨끗한 이부자리를 덮고 편안히 잘 수 있었다.
이튼 날 우리는 다시 온천탕에서 몸을 푹 담그고 한 나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몇 군데의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먼저 한자 표기에 대통곡이라는 산등성이에 하얀 김과 간헐 천이 솟아 나오는 곳을 들렸다. 산비탈이 마치 연기에 휩싸인 것 같이 산 등성이가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군데군데 간헐적으로 뜨거운 온천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석회질 온천수에다 계란을 넣었다 꺼내면 금방 새까맣게 익어서 나왔다. 동생이 계란을 사가지고 와서 까먹어 보니 참으로 맛있었다. 대통곡을 구경하고 멀리 신비에 싸여 있는 휴지 산으로 향했다. 아 참 대통곡에서 휴지산까지는 약 두 시간여 걸리는데 대통곡에서 휴지산이 잘 보인다. 우리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고속도로로 진입하하여 휴지산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휴지산의 멋진 광경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어느덧 휴지산의 입구를 오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사월 아직 휴지산의 눈은 녹지 않고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신비롭게 보였다. 일본의 성산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천 미터쯤 오르자 길가에 쌓인 눈은 일 미터쯤 되어 보이더니 이천미터 이상 올라가자 더 높이 쌓여 있었다. 2300미터의 휴게소에서부터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더 이상 차가 올라가지 못하게 차량통제를 하였다. 그래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치에 넋을 잃고 말았다. 멀리 보이는 산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 알프스가 다름 아니었다. 2300미터 휴게소에는 아직도 영하의 날씨라 몹시 추워서 봄 옷을 입은 우리는 오래 있을 수 없어 차에 타야 했다. 그렇지만 숯불에 구운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다. 휴게소에서 차를 돌려서 도쿄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일본의 농촌 풍경을 보며 참 잘 정돈된 아름다운 나라구나 부러워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약간의 간식을 하고 벚꽃이 만발한 봄 바다를 따라 도쿄의 신주쿠 동생네 도착했다.
저녁은 홋가이도에서 배송된 연어 요리로 먹었다. 한 마리의 연어로 연어회. 연어구이. 미소된장탕을 만들어 연어 잔치를 벌였다. 연어는 홋가이도에서 잡은 것을 택배를 통해 바로 직송된 것이라 신선하고 맛있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을 이를 때 쓰는 것이리라.
저녁을 먹고 오다큐 백화점에 갔다. 큰 건물 두 동을 브리지로 연결하여 품목을 구별하여 이쪽저쪽에서 팔고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손수건 시니러를 1050엔에 열장을 선물용으로 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니러 손수건을 27,000원을 주고 샀으니 일본의 약 2.5배나 비싼 가격이다. 백화점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 떠날 준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