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푸른 잔디는...

하이디_jung 2008. 9. 3. 11:53

 

  산 정상마다 안개가 휘감아 돌고 태초의 빛이 쏟아지듯 구름 사이로 간간히 해빛이 원기둥처럼 대지에 내린다. 안개 비를 맞으며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어제 안동 모CC에 공치러 갔었다. 친구들의 실력이 모두 고만고만 한지라 그냥 재미있게 놀다 온다고 생각하며 갔는데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약간의 경쟁심이 생기는가보다.

날씨가 정말 괜찮았다. 공치기엔. 마지막홀을 돌 때는 빗방울이 굵어져 신중함을 잃어 버렸지만...

난 공치는데 별로 재미를 못 느끼는 대신에 멋진 자연에 감탄을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구름이 멋있고 산 봉우리가 서로 이웃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멋있지 않냐면 나더러 공에 신경 좀 써라며 핀잔을 준다.

난 언제 쯤 공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친구들은 공 하나에 기쁨과 좌절을 번갈아가며 빠져 든다.

난 그네들의 그런 모습이 꽤나 재미있었다.

그냥 즐기면 되는거지 욕심을 부리고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난 자연이 좋다.

순수하고 정직한 자연이 좋다.

그래서 내가 자연을 벗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난 공치는건 자연을 만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자연에서 호흡하며 살아 있음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을 기약해 본다.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부분에서 도시로의 귀가를 서둘러 본다.

돌아올 때 느끼는 거지만 여자들끼리 다닐 때는 차편이 제일 문제인 것 같다.

남자들과 동행하면 운전은 그들이 하니까 편안한데...

네사람 중에 내가 레저용차를 타니까 늘 내가 차를 움직이게 되었다. 어제도 안동까지 갈 때는 몰랐는데 공치고 돌아 올 땐 정말 피곤했다. 옆에서 친구들이 쫑알거리는데도 하품을하며 졸렸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며 130.140을 밟으며 질주를 했다. 덕분에 한 시간여만에 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나니 어느 듯 7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웃고 떠들고 나를 잠시 잊어 버릴 수 있어 좋았다.

난 너무 많은 상념에 빠져 가끔은 나 자신을 잊어 버리고 싶다.

그리고 푸른 잔디를 기억 했다.

잘 다듬어진 푸른 잔디는 정갈한 어느 여인의 앞 마당처럼 내게 단정한 마음을 요구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은 좀더 잘 해 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