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08. 10. 13. 11:08

 

  남편 친구들 부부와 집앞 앞산을 다녀왔다.

토요일 저녁 모임에서 이루어진 번개팅이라 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한 팀을 이루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인원이었다. 남편은 부득히 함께하지 못했다.

매장에 직원이 한 사람 모자라 오너가 채우는 수 밖에 그러다보니 우리부부는 함께하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난 남편에게 "당신 인생이 억울하지 않냐고" 물어 보곤 한다.

내가 볼 땐 참 억울한 인생이다 싶은데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은퇴하면 신나게 살거라며 아직은 아니라고 그러면서도 가끔은 여유로움을 부러워하곤 하는 걸 본다.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것은 보통인연이 아님은 틀림 없다.

우리는 너무나 잘 아는 사이에서 부부가 되었는지라 서로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부부로서 지극히 인격적이며 상대방에게 상처 받을 수 있는 말은 하지않는다 비록 살가움은 없지만 적당한 자유와 믿은 그리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살아오면서 남편은 내가 하는 일에 반대를 한 것은 딱 한번이 있었다.

웃기는 얘기지만 지금보다 20여년 젊을을 때 내가 승마를 하겠다고 했더니 처음으로 반대를 했던 것이다. 그 때 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난 어릴 때 부터 하고 싶은 것은 다하고 살았던거 같다.

그래서 남편은 나와 결혼해서 참 힘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4살 6살 되었을 때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던 이듬해부터 나는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일년에 한 두번은 여행을 다녔다. 그런 나를 남편은 한 번도 NO라고 해본적도 없고 기꺼히 찬성해 주었기에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여자로 살아간다.

그러기에 나 역시 남편의 일상에 관습하지 않는다.

그가 친구들과 노느라 새벽에 들어 오던 밤을 새고 들어 오던 일체 잔소리 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게 어느 여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로움과 풍요로운 삶을 허락함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부디칠 때도 있지만 난 참고 있다가 그가 화가 풀리면 난 논리적으로 풀어간다.

이렇게 살다보니 큰 문제 없이 잘 살아 왔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나는 그의 친구부부들 중에 얼마전 사고를 당해 손가락을 잃어 버린 소영이 엄마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얌전한 사람이 갑자기 당한 신체의 상실에 대한 우울증을 잘 극복하는 것은 그녀 역시 남편의 위로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부부란 바로 서로의 위로가 되고 이해와 배려가 연륜을 쌓이게 하는 것이라 여겨본다.

이 좋은 가을 날 남편은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저녁 노을 뒤의 어둠을 맞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오늘도 파란 하늘과 시원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누린다.

그래서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말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