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빈들
하이디_jung
2008. 10. 22. 17:40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여리디 여린 순들이 내 가슴에 꽃혀 젖을 빨기 시작 했네.
한 여름 뜨거운 태양의 보살핌과 풀벌레의 자장가를 들으며
짙푸른 록색의 향연을 노래 했지.
여름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세상을 비추었고
사람들은 바다를 찾아 떠나갔지.
가을이 다가오자 청년으로 자란 것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네.
태양이 높이 올라가자 들판은 황금 물결로 넘실 되었지.
사람들은 물리적인 배부름보다
서정적인 배부름으로 노래하며 내 풍요로움을 찬미 하였네.
산이 단풍으로 물들즈음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는가 했더니
내 가슴을 풍요롭게 하던 것들이 알곡은 털리고 벼짚은 쓰러지고 말았네.
농부의 손에 의해 쓰러진 벼짚마저도 동그랗게 묶여서
어느 짐승의 먹이가 되기위해 이름모를 목장으로 팔려갈 것이네.
빈 가슴을 드러내놓은 초라한 내게
제우스 신이시여
겨울이 오면
가이아를 불쌍히 여기시여 부디
비는 말고 하이얀 눈을 내리시오소서.
그리하여 내 빈가슴을 포근히 감싸주고 황량한 바람에도
봄을 기다리는 꿈을 꾸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