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여자들의 가을

하이디_jung 2008. 11. 6. 19:23

 

  바람이 제법이다.

떨어진 낙엽이 회오리를 일어키며 날아 오른다.

국화향기 그윽함이 공중에서 흩어진다.

수목원 국화 전시회를 보러 갔다.

모임이 끝나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자며 들렸는데 그윽한 국화향기가 여인들의 마음에 심란함을 일으키고 말았다. 우리 모임에서 제일 꼬맹이 숙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 언니 나 가을 타 어떡해" 나더러 카운셀러를 해 주란다.

그래 가을은 누구에게나 다 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울할 수 도 즐거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가을이 되면 깊은 심연으로 떨어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독서를 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나 스스로를 여미고 다독인다.

남자들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며 애써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마음이 허전하고 시린건 여자들이 아닌가 싶다.

지나간 시간이 그립고 누군가 내 곁에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산홍엽이 공허한 마음에 불을 지필뿐이다.

외롭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나와 숙이 뿐이랴.

많은 여자들이 가을을 못 견뎌하면서도 얼굴 표정은 나는 아닐쎄하고 여우가 되어보는 것은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깊은 골짜기에서 일어나는 시린 바람을 막 지나온 까닭일 것이다.

가을이 마음을 흔들 때 우울증이 오거나 땅으로 꺼지는 것 같이 자아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

황량한 골짜기에서 외로워하거나 울지 말고 누군가에게 의지해 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일 좋은 것은 절친한 친구에게 기대보는 것이고 아니면 나 자신에게 긴 편지를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아를 향한 애정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 될 것이다.

국화를 보기 위해 수 많은 여인들이 몰려와서 국화앞에서 누님의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다.

이름모를 저 여인에게도 가을은 왔으리라.

머플러 곱게하고 꽃잎에 입맞추는 어여쁜 여인에게서 사랑의 향기가 난다.

오늘 따라 바람은 낙엽을 자꾸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