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임두빈 옮김
현대 사회에선 기성 제도권 종교가 다양한 개성을 가진 현대인들의 가치관을 담기에는 낡고 초췌해진 지 오래되지 않았을까. 기성 종교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문제들과 삶의 문제들을 구하기엔 너무나 보수적인 것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한 때 붐을 일으켰던 뉴 에이지주의가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뉴 에이지주의는 음악을 비롯해 문화, 예술에 나타나 기성 종교에 식상한 젊은 층을 위시하여 조용한 구도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작가들도 시대의 흐름을 눈치채고 원시로의 근원적인 문제로의 회귀를 갈망하며 전통적인 종교의 폐기를 작품을 통해 응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대표적인 소설가 코엘료 역시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통해서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주변인물로서의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주변 인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1인칭 시점이나 전지적 3인칭 시점은 주인공의 생각과 의도를 알 수 있는데 반해 주변인물로서의 시점은 대화를 통해 나타나는 말에서 주인공의 생각과 의도를 읽을 수 있으니 보기 드문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인공 아테나는 루마니아 집시의 사생아로 태어나 베이루트의 부자로 살아가는 칼릴 부부에게 입양된다. 아테나는 칼릴 부부의 사랑과 정성으로 유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전쟁으로 베이루트가 파괴되자 영국으로 이주하여 청소년기를 런던에서 보낸다. 아테나가 대학에 들어가서 루카스를 사랑하게 되어 동거에 들어가고 아들 비오렐이 태어난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루카스에게 지급되던 학비와 생활비가 끊어지자 루카스는 아테나와 아들 비오렐을 남겨두고 부모님에게 돌아간다. 아테나 역시 부자인 양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혼자 힘으로 아들을 양육하며 은행에 다니게 된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밀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아테나는 거기서 러시아의 어느 지방에 전해 내려 오는 원시적이고 샤머니즘적인 춤을 접하게 된다. 아테나는 그 춤을 통해서 자신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고 같은 은행의 직원들에게 업무가 시작되기 전 춤을 가르친다. 놀랍게도 춤을 추기 시작한 은행에서는 비약적인 실적으로 은행장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 에너지의 힘이 아테나에게서 나오는 것을 안 은행장은 세미나 참석장에서 만난 아테나에게 중동으로 가서 실력발휘를 권유한다. 아테나 역시 테헤란행을 환영하며 아들 비오렐을 데리고 중동으로 이주한다. 테헤란에서도 아테나는 뛰어난 실적으로 은행장의 관심을 받지만 아테나는 부동산 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아테나는 부동산 회사에서도 큰손들을 유치하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아테나의 본성에 집시의 근원적인 강력한 힘에 이끌려 베두인족으로부터 중동의 서법을 배운다. 베두인의 서법이란 주술적인 샤머니즘이 강한 것이었다. 서법을 완벽하게 배운 아테나는 부와 행복을 가져다줄 부동산 회사를 그만두고 루마니아로 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어머니를 찾아간다. 아테나는 루마니아에 도착해서 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사람을 만난다.
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사람으로 의사인 일명 에다로 불리는 여자로 반면교사로 아테나의 신성한 주술적인 행위를 지도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한 사람 영국의 신문 기자인 헤이런이다. 헤이런은 애인 앤드리아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테나를 사랑하게 되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는 집시들의 고장으로 아테나의 어머니가 살고 있고, 아테나가 어머니를 만나 집시의 전통적 의식인 우주를 숭배하는 의식을 치른다. 아테나는 '신' '여신'을 우주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적인 힘을 느낀다. 아테나의 몸속에 흐르는 집시의 피가 근원적이고 영적인 힘에 이끌려 루마니아를 찾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테나는 확인된 근원에 대한 한치의 미련도 두지 않았다. 그것은 매달 어머니께 생활 보조금은 부쳤으나 다시는 트란실바니아를 찾지 않는다. 영국으로 돌아온 아테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비밀 모임을 열어 원시적인 춤사위를 가르치면서 여신 '아야소피아'의 강림을 보여준다. 그러자 아테나의 주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신의 강림을 간절히 바라며 기성 종교에서 구하지 못하는 위안을 얻고 열광한다. 아테나의 비밀모임이 이언 벅 목사가 제동을 걸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게 이르자 아들 비오렐이 제일 먼저 상처를 입게 된다. 비오렐이 엄마가 마녀라고 놀리는 친구들과 싸우게 되자 아테나는 헤이런을 불러 유언으로 남길 말을 녹음하게 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어느 해변에서 살해되어 심하게 해 손 된 아테나의 완벽한 죽음을 가장한 시체가 발견되고 아테나는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은둔에 들어간다.
코엘료의 소설은 늘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뭔가를 찾아 나서게 한다. 때로는 사막으로, 때로는 춤으로 그리고 인간의 근원인 성, 섹스를 통해 자아를 찾아 나서게도 한다. 코엘료의 소설을 읽고 나면 알 수 없는 긴 여운이 남아 나를 찾아 내 안의 깊은 곳으로 잠겨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고 만다. 내면에 숨겨진 나를 본다는 것, 아름다움일 수도 있는 반면에 슬픔일 수도 있어 나는 오늘도 구도적 산책을 나선다. 나 자신에 대한 끝없는 물음으로 주절 되며...
현대인들은,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기에는 용기가 부족한 현대인들은 보다 영적인 문제를 위로받기 위해 '포르토벨로의 마녀' 아야소피아 출현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답을 구할 수 있다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영적인 문제는 오직 정신적으로 구하고 다다를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