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09. 5. 14. 18:46

 

  하얀 감꽃이 골목길에 톡하고 떨어진다

어릴적 추억이 떨어진다

참 오래간만에 보는 감꽃이라 여간 반갑지가 않았다

길위에 하얗게 떨어져 옛 향수를 자아낸다

감꽃을 밟지 않으려 여기저기를 피해보지만

발 밑에서 어스러지는 감촉이 전해진다

어릴적 감꽃이 피면 하얀 감꽃을 주워서 실에다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문설주에 걸어 두기도 했었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감꽃을 먹기도 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의 도시 아이들은 화려하고 예쁜 꽃들만 보고 자란지라

감꽃의 소박함을 모를 것이다

어쩌면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싶다

감꽃을 보면 유년을 함께한 동네 아이들이 생각 난다

지금은 다들 어디에서, 잘 살고 있는지 가끔은 궁금해 진다

전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친구들이 참 보고싶다

그럭저럭 중년이 되었을 것이고 어릴적 그 어여쁜 모습들은 간데없고

어쩌다 지나쳐도 우리는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다들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어스럼녁,

길위의 감꽃은 숨겨진 또 하나의 내 유년을 불러온다

이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는,

그래서 건너 마을 머리카락 길게 땋은 아가씨처럼

부끄럼도 없이 길위에 툭툭 떨어 진다

감꽃으로 나는 애상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