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09. 6. 9. 06:32

 

  새벽을 여는 여명이 밝아 오기를 나는 기다린다. 어제 필드를 다녀와 곤한 잠에 빠져들어야 마땅한데 새벽에 잠이 깬 나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할일 없이 피시 앞에 앉아 이것 저것을 뒤져보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어제는 공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유월의 따가운 태양은 적당이 구름뒤에 가려져 그 강렬함을 잃었고, 산들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줘 얼굴을 간지럽히었다.

잘 다듬어 놓은 파란 잔디는 마치 융단처럼 발 밑에서 푹신하였다. 뻐꾹기 울자 저 쪽에선 뜸뿍이 장단을 맞추며 울어 준다.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게임의 승부와는 달리 정돈된 자연 환경과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즐기는 여유로움이다.

어제 게임은 아쉬운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싱글로 가기엔 아직도 멀었지만 프로로 대뷔할 것도 아닌데 적당이 만족하고 즐기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보문CC의 소속클럽 '소담 숙녀회'라는 공식 명칭으로 매달 둘째 월요일 라운딩을 한다. 세 팀으로 그 중에서 몇 사람은 싱글을 치는 상당한 실력파도 있다. 그런데 난 골프에 욕심이 없다, 그래서 늘 시선을 자연에다 두고 있어 가끔 친구들로부터 잔소리를 듣지만 그리 싫지가 않았다.

내가 제일 자신있는 것은 드라이브와 어프러치 그리고 아이언이다. 아직도 퍼터는 나를 실망 스럽게 한다. 그것이 내게 신중함과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충하므로 자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언은 거리는 좀 미치지 못하지만 방향성은 그의 90% 정확하고 잘 맞는다. 그래서 아이언에 대한 신망이 두텁다고나 할까.

게임이 끝나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어줄 때 기분이 여간하지 않다. 친구들과 홀을 돌면서 일어났던 이야기와 각자의 실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회원들이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정담도 나누고 니어한 친구에게 상품권을 시상하고 박수를 보낸다. 식사가 끝나고 헤어지면 대구로 올라 오는데 이번에 새로 산 내차 아반떼가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골프클럽 네개를 실고도 옷 가방 두개를 실을 수 있는 넉넉한 트렁크가 여간 맘에 들지 않았다. 쏘렌토를 타다가 아반떼를 탈려니 골프클럽이 실리지 않아 문제가 될 것 같아 더 큰 차를 사야하나 걱정하다가 필드 갈 때는 쏘렌토를 바꿔 탈 요랑으로 아반떼를 샀는데 드렁크에 골프클럽 네개가 실리니까 너무 좋았다. 처음엔 늘 큰 차만 타다가 작은 차를 탈려니 좀 답답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연비가 좋고 드렁크가 넓어져 만족하게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 경산 휴게소에서 친구가 운전하는 나를 위해 달콤한 카페라떼 한 잔을 사주어서 잠시 향긋함에 피로를 잊어본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눈부신 유월을 만끽하며 노느라 땀 흘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