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09. 7. 17. 18:34

 

  장마가 시작되고부터 걷기 운동을 한 참을 하지 못했다.

어제는 오후에 잠시 개였어 운동을 갔었다.

비온뒤 며칠사이 들판은 푸르름으로 짙어져 세상을 푸르게 채우고 있었다. 가믐에 배배 꼬였던 호박 넝쿨은 산발을 한채 넝쿨을 어디다 둘지 우왕좌왕하는 눈치고, 그옆의 참깨는 무성하다 못해 꽃잎을 달고서 비스듬이 넘어갈듯하다. 고구마 줄기도 검푸른 파도를 출렁이며 바닥을 푹 감싸고 뿌리를 키워내느라 열심히 물기를 빨아 들이는 모습이다.

길가에 할머니들께서 풍성한 여름으로 좌판을 열었다.

옥수수, 고추, 상치, 깻잎, 우엉잎, 애호박 등이 비를 머금고 탱탱한 젊음을 과시하듯 싱그러움이 뚝뚝 떨어진다.

할머니들께서 방금 밭에서 푸성귀를 뜯어다 손자 녀석의 과자 값을 장만하시려는 모양이다.

옥수수는 삶아 먹으면 참 맛있겠다,

비 오는 날 고추와 부추를 섞어서 전을 부쳐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친구와 동동주가 있어면 더 좋을 것이다.

청량한 바람과 사람들 사이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걸었다.

몇 년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개울에서 모처럼 물이 힘차게 흘러간다. 개울에는 물대신 온갖 쓰레기가 뒤덮혀 있었는데 이번 비에 개울이 세수를 한것 처럼 깨끗해졌다. 그러나 물을 따라 떠내려간 문명의 찌꺼기들은 아마 바다로 가서 방황할 것이고, 바다의 고기들은 힘겨운 사투를 벌일 것이다.

장맛비는 중금속으로 가득한 공해를 씻어주어 우리는 청량감을 맛본다. 그러나 대지는 먼지를 뒤집어 쓴 처참함을 느꼈을 것이리라.

정말 좋다,

상큼함이 좋고,

청량함이 좋다.

인간의 힘으로 광대한 세상을 어떻게 정화를 하겠는가,

자연의 위대함은 그래서 숭고한 것이다.

세찬 바람과 비를 맞고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졌다.

제법 어른 주먹만하게 큰 사과도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세상사 이치가 다 그런 모양이다.

단단하게 잡고서 결실의 대열에 서 있는 것과, 끝까지 버티지 못하는 미완성의 모든 것들...

어쨋던 장맛비로 세상은 풍요로워지고 머지않은 가을 벌판은 축제로 흥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