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나누는 사람들
어느날 내 육신의 일부인 장기를 누구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행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에 내가 꼭 해야될 경우가 발생 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사태를 직면한 내가 되고서야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으리라.
며칠전 서울 한양대학병원에서 장기이식을 한 남편의 누님인 형님네 부부의 병문안을 갔다.
아주버님은 약15년전에 신장이식을 받아서 여태껏 잘 사용했다. 그런데 1년전부터 이식한 장기가 유효기간이 다되었는지 몸에 이상정세가 생기고 급기야는 투석을 하기 시작했다.
장기이식은 영구적인게 아니라 보통은 10년내지 15년 정도의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남의 것으로 살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유효기간이 있다는게 더 신기하다.
형님은 아주버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형님 스스로 누군가에게 장기를 나누어 주어야만 되기에 기꺼히 새생면 제단에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했다. 아주버님은 받고 형님은 나누어 주고, 세상엔 공짜가 없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선 그 아내가 희생을 해야할 수 밖에 없다.
새생명제단에 등록하고 투석을 시작한지 8개월만에 적합한 대상이 나타나 서로 생명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3팀이 장기를 나누었는데 제주도에 사는 부부, 서울에 사는 부부, 그리고 부산 형님네, 제주도에 사는 부부팀은 남편이, 서울에 사는 부부팀은 여자, 부산에 사는 형님네는 남자가 각각 환자였다. 그래서 부산 형님은 서울에 사는 여자에게 장기를 주고, 서울에 사는 남자는 제주도의 남자에게 주고, 제주도의 여자는 부산 아주버님께 주고 이렇게 트라이앵글처럼 주거니 받거니해서 새생명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단순하게 말하기는 쉬워도 내 멀쩡한 장기를 누군가에게 주기란 쉽지가 않다. 가족이기에 또 내가 하지 않으면 자식이 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모는 내 자식이 다치는 것 보다 내가 하는게 백번을 생각해도 마땅하다는 고심끝에 선택했으리라. 부모는 자식의 털끝 하나라도 다치는 것을 염려한다.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다.
남들은 하기좋은 말로 장기이식 아무나 다 하는 것처럼 말하겠지만 장기 나누기를 결정하기 까지는 고민을 참 많이 했으리라.
그러나 남편을 위해서 혹은 아내를 위해서 모두들 훌륭한 결정을 했다.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는 숭고한 그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여자분은 투석을 무려 9년이나 했다고하니 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으리라. 이제 새생명을 얻어으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보니까 장기를 받은 사람들은 3사람이 다 경과가 좋은 것 같고, 장기를 준 사람들은 상실감과 불안감으로 회복이 느린 것 같았다. 장기를 준 형님도 예상과는 달리 회복이 늦어져 퇴원이 미루어지고 있다.
부디 회복이 잘 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야 될텐데 걱정이다.
그런데 장기를 받은 아주버님은 경과가 엄청 좋다. 수술전 눈동자의 촛점이 흐리고 푸석하게 부어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부기도 없고 눈동자도 똘방똘방하고 환한 모습이다.
이번에 세 가족이 큰 결심을 하고, 나누어 새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부디 세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