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09. 8. 7. 18:33

 

  연보라, 분홍, 빨강색,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도로를 지날 때 그 아름다운 정경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여름에는 마땅이 피어줄 꽃이 없다는 생각에 채송화와 봉선화의 작고 앙증맞은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요즘 가로수로 배롱나무를 심은 거리가 많이 있다. 한 번 피기 시작하면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으로도 불러지는 배롱나무는 옛날에 양반가의 정원수로 사랑을 받기도한 수종이다. 일명 간지럼 나무라고도 불린다. 실재로 배롱나무를 손으로 간지럽히면 나무가 흔들리며 간지럼을 타는 듯 하여 참 신기하기도 했다. 배롱나무, 백일홍, 간지럼 나무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지만 나는 백일홍이라 부르고 싶다.

화무십일홍이라 웬만한 꽃은 열흘을 못 넘기고 지고만다. 그런데 백일홍은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으니 참 대견하지 않은가. 

화원 명곡에서 옥포 용연사로 넘어가는 수십리 가로수가 백일홍이다. 지금은 개량종이 많아 다양한 색깔의 백일홍을 보면서 세상에 이쁘고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용연사로 넘어가는 길은 아름답기가 이를데 없다.

백일홍을 따라 들판을 지나고, 골짜기를 지나고 고개를 넘어가면, 그기까지 마중나온 백일홍을 따라가면 용연사가 나온다. 연분홍이 이쁘다고 할라치면 보란듯이 연보라가 나타나고, 또 빨강색이 선명해서 이쁘다고 하면 그 곁에 하얀색이 순수해서 좋지 않느냐는 듯 자태를 뽐낸다.

각양각색의 백일홍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배웅이라도 하듯 끝까지 따라온다.

나이들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피어나는 꽃들은 모름지기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지난해 까지만해도 좋아하는 꽃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누군가 어떤 꽃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다 좋아 한다고 할 수는 없고, 특별이 더 좋아하는 꽃은 없으나 꽃은 다 어여쁘다고 말해야 겠다.

사춘기 때는 청초함이 마음에 들어 아이리스를 좋아 한다고 했고, 청년기에는 사랑스런 장미를 좋아 한다고 했다. 나이 들면서는 가을을 기다려 그윽한 향기로 피어나는 국화를 좋아 한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의 작은 들꽃 하나부터 모든 꽃은 다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한여름 나무 끝에서 매미 울음 소리 요란한데 백일홍은 가는 곳 마다 만발하여 선비의 기지개를 보는 듯 하다.

훗날 고향에다 작은 집 한 채 짓게되면 나즈막한 담장안에 백일홍 몇 그루 심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게 하고 싶다.

비 오는 날의 백일홍은 눈물을 머금은 어느 여인 같다.

꽃잎에 머무는 빗방울은 세상 슬픔 가득 담아 곧 울음보를 터트릴 것 처럼...

비 오는 날,

백일홍의 이야기를 들으러 용연사의 그 길을 찾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