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생강나무 꽃눈을 보고서
하이디_jung
2010. 1. 27. 17:42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입춘을 며칠 남겨두고 봄을 부르는 몸짓인양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일요일 산에 가서 보았지,
이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걸,
생강나무 꽃눈이 제법 부풀어 올라 봄을 기다리는 것을.
화들짝 놀라 다가섰는데 일행이 약으로 써겠다며 가지 하나를 뚝 꺾고 말았다.
너무나 안타까워서 "약재상에 가면 많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근데 그 분 말씀이 " 이렇게 꽃눈이 봉긋하게 올라올 때 약이 되니 약재상에서 구할 수 없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막 올라온 봄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꺾어 버려야 했을까.
종종 보는 광경이지만 내게는 아쉬움이다.
얼마후면 노랗게 피어서 시가 되고 노래가 될터인데...
올해 봄은 생강나무 꽃을 그 가지잃은 나무에서 볼 수가 없겠지,
아마 작은 새 한 마리도 가지에 내려 앉지 않을 것 같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새 시냇물이 얼음 밑으로 흘러 내리고,
과일밭에는 객토가 그 땅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이런 작은 풍경들이 봄을 부르고 있다.
봄이 오면 무얼 할까.
친구를 만나러 갈까,
아니면 여행을 떠나볼까,
어느새 설레이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스무살이라면...
봄,
그리고 스무살...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이 그랬다.
"환갑에 연애하고 싶다"고,
봄이 오는 소리다.
조용히 내리는 어둠을 뚫고 겨울비가 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