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힘들다.
먼 산엔 잔설이 분분하다.
설을 설 답게 일기는 분주했다.
산골 오지가 고향인 사람들은 귀향하지 못한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지붕위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었을 것이다.
명절 날 단 하루가 분주함도 다음 날은 지쳐 버린다.
우리가 젊었을 때 어른들이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말의 의미심장함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형님네나 우리가 설 전날은 명절을 위한 무엇을 할 수가 없다.
형님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개인 영업장이다보니 직원들을 하루전에 다 보내니까 우리가 남아서 매장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날 새벽부터 차례 준비를 하느라 힘들다.
이번에도 남편과 아이가 자는 것을 보고 나는 6시에 형님네를 가기위에 집을 나섰다.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나면 시골로 내려가서 종일을 동동거려야 한다.
이번엔 형님이 같이 가지 않아서 혼자 정말 힘들었다.
하루 종일 먹는거 챙겨주고 어른 뵈러 오시는 분들 상 차리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야참까지 먹고나니 밤 10시가 되었다.
하루가 깊은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돌아올 채비를 하였다.
저녁 10시에 합천을 출발해 대구로 오는데 너무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았다.
명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친정과 시집의 차이가 엄청남을 실감한다.
친정가면 연세 많은 어머니는 나를 위해 하나도 손댈 것 없이 준비해 놓고 계신다.
그저 놀면서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을,
시집엔 나와 형님이 안하면 어떻게 되지를 않으니 이게 바로 시집살이 인가 한다.
언제부턴가 시골 집에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모든게 불편해서...
그래도 고향의 밤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예전처럼 보석을 뿌린듯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별이 겨울 밤을 수 놓고 있었다.
한 집 걸러 빈집엔 도둑 고양이 어둠을 지키며 작은 인기척에도 자리를 옮긴다.
시골을 가면 늘 내가 자란 안금엘 가보고 싶다.
안금에 가면 나는 그 곳에서 내 추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작은 개울가에서 아직도 빨래를 하고 있는지,
넙적한 돌위에 옷을 올려 놓고 방망이질을 할까.
젊었던 아제들은 할아버지가 되셨겠지,
아스라이 떠오르는 정경위로 피로가 몰려온다.
그 곳은 늘 내게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