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졸업식
시작과 끝은 늘 함께 공존한다.
큰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기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졸업을 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졸업식날 비가 오는지,
하루 전날 아이가 있는 수원으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고,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이의 거처를 가보게 되었다. 아이의 방을 보고 한동안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곳곳에 쌓여있는 먼지와 잘 정돈되지 않은 풍경이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순간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건 아니었나 하고 자괴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3층짜리 건물 한층에 방이 세개에 거실 주방이 있고 대학원을 다니는 형들과 우리애랑 네사람이 살고 있는데 우리 애는 형이랑 큰방을 둘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모두가 남자애들이라 정리정돈이 잘 안되기도하고 대학원생이다보니 마치는 시간이 밤 12시쯤되니 제대로 하고 살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래서 따로 원룸을 얻어 줄까해도 형들이랑 그렇게 사는게 괜찮다고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만 그렇게 살겠다고 한다. 집에 있으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깨끗하게 하고 살 것인데 하는 마음에 참 안스럽기도 하고, 계절따라 침대시트를 갈아주며 보살펴 주었던 지난 시간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포근한 잠자리가 사치스럽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싱글 매트위에서 아이와 살 붙히고 하룻밤을 자는데 쉬이 잠들지 못했다.
밤새 내리던 비는 다음 날에도 그칠 줄 몰랐다.
큰애와 나는 토스트에 우유를 마시고 졸업식에 가기위해 학교로 갔다.
졸업식은 인문대가 있는 명륜동에서 이루어지기에 우리는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했다.
비가 오는데도 학교에는 졸업식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큰애는 한참을 기다려 학위복을 빌려와 사촌 소영이와 사진을 찍고 나와도 사진을 찍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모두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 북적대며 사진을 찍었다. 큰애는 친구들이랑 졸업식이라고 와준 과 선배들이랑 사진을 찍고 기념하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졸업식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를 않았다. 그애들 말처럼 대학을 하고 대학원을, 그리고 박사코스까지, 끝도 없이 공부를 해야하니 졸업식이 의미가 없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졸업식을 기념했다.
기념 사진을 찍고 빌렸던 학위복을 반납하고 점심을 먹기위에 가까운 명동에 있는 이태리 식당으로가서 식사하고 졸업식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3월이면 큰애도 연구실로 출근해서 공부하게 된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연구실로 나가긴해도 아직은 왔다갔다하는 정도라며 3월부터 정식으로 연구실에 합류하게 된다고 한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 힘이 들텐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또 바라지를 못해주니 참 안스럽다.
그렇지만 이제는 큰애의 몫이니 알아서 잘 하리라 믿을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끝이란 또 다른 시작이니,
이제는 몸이나 상하지 말고 건강하게 열심히 공부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잘 하리라 믿으며,
미래를 향해,
꿈을 향해 힘찬 나래를 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