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병환
어느 집이던간에 늙은 부모가 계시는 집안은 늘 잡음이 떠나질 않는다. 젊어 자식에게 도움이 될 때는 부모님이고 늙어 병들고 힘없어면 부모가 아니란 말인가.
5남매를 낳아 키워주신 부모님, 유달리 맏이에게 집착이 많으신 부모님은 나머지 자식들은 그저 자식일 뿐이었다. 그런데 젊은 부모에게 그렇게 효성스럽던 자식이 부모가 늙어가자 마음이 변했는지 아버님과 앙숙이 되어버렸다. 맏이로서 두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둘째인 내가 볼 때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병원에 모셔두고는 들려다 보지도 않은체 부모를 원망만 하고 있으니 소인배의 마음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느낄 수 밖에.
시부모님은 장남에 대한 의지가 크고, 오직 장남만을 위한 삶을 사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늙어보니 그렇게 믿고 의지하고 온 정성을 다 바친 그 장남이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주니 마음에 병과 육신의 병이 함께 깊어질 수밖에, 후회와 회한이 들지만 이미 지나간 먼 시간의 일들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둘째인 우리와 시누이들에게는 공들인게 없으니 실망하실 것도 서운하신 것도 없으신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살갖게 대하는 것에 늘 고맙다고 하시면서 당신이 내 말만 들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반갑지가 않다, 왜냐면 부모는 얼마후 돌아 가시겠지만 형제들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의를 상하면 안되기에 하는 말이다.
요즘의 아버님을 보면서 시간이 흐른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걸 느낄 수 있다. 늙어 병들고 힘없으면 스스로 자신을 위한 마무리를 정갈하게 해야 자식에게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버님은 이제 당신 육신을 당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할 위치에 계신다. 하여 일반 병원에서 요양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부모인 것이 죄인지라 내게 말씀하신다, "내가 요양병원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바로가게되면 딸아이들이, 오빠는 며칠도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냐고, 할까봐 큰댁에서 며칠 있다가 요양원을 가야되겠다"라고 하신다. 그 말씀을 듣고 아! 부모란게 바로 이런 마음이구나, 자식의 불효를 보면서도 끝까지 자식을 감싸려는 그 마음이 한없는 서글픔으로 다가왔다.
그 깊은 속내를 모르고 형님네는 집으로 오신다고 못마땅해하고 미워 어쩔줄 모른다.
우리는 늙지 않을 것 같지만 세월은 얼마되지 않아 지금의 아버님 위치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이제는 집에서 병수발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냥 병원에 모셔서 자주 찾아뵙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드리는 것인데, 원망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
젊어 좋은 부모가 되었고 좋은 자식이 되었던 지나간 그 시간을 생각하고 위로로 삼으며 얼마남지 않은 부모님께 가슴아픈 상처는 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드시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여윈 몸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모습은 안스럽다못해 한없는 연민으로 가득하다.
노인네 불쌍하다 여기고 마음이나 편안하게 해드릴려고 온갖 아양떨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는 말한다. 마음만이라도 진심을 다해서 자식중에도 당신을 사랑하는 자식도 있다는 위안을 가지시기를 바란다.
부모돌아가시고 울지말고 생전에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으로 인해 형제들까지 원만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