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태풍
하이디_jung
2010. 8. 11. 19:54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늘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연약한 나무는 뿌리체 뽑혀 나가고 어설퍼게 매달린 나뭇잎도 바람 따라 어디론가 날아 갔다.
한결 깨끗해진 유리창 너머로 세상이 푸르고 맑다.
저녘나절 한 줄기 햇살이 가늘게 떨어지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은 파랗다.
빗줄기를 피해 나뭇잎에 숨어있던 매미는 물기를 털어 내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그럼에도 상처는 곳곳에 남아 누군가의 울부짖음이 하늘로 치닺고 있다.
태풍은 카오스다,
세상을 뒤죽박죽 흔들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움으로 빠져들어,
바람이 지나가도 한동안 정신을 잃고 멍하니 제 자리를 찾기 힘들다.
사람들도 가끔은 카오스에 휘말려 정신을 놓고 말 때가 있다.
어느 날 낯설은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보면서 갈곳 몰라 하기도 한다.
아직도 혼란에 휩쌓여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풍은 한 차례 지나가며 내 고운 마음 한 점 가져갔다.
내 그리움을 가져가라 했더니 몇 차례의 폭풍을 더 만난 후에나 가져 가겠다고 한다.
세월을 만날 때 마다 조금씩 닭고 깍이면서 어느 날 새털보다 가볍게 날아 갈 것이다.
그 마음으로 인해 슬퍼지는 내 시간들을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참고 참아 내는 무심한 시간들이 오늘도 어둠을 내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