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삶의 의미

하이디_jung 2010. 9. 7. 17:39

 

  마른 태풍이 창가에서 요란하다. 태풍은 언제나 비를 동반하고 나무와 세상을 뒤흔들어 아수라장을 만드는데 이번 말로는 홀연히 바람만 나타났다. 다른 곳에서는 비가 왔다고 하는데 이 곳엔 비는 오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에 살 것 같아 더없이 좋은 날씨라고 사람들이 반색을 한다.

요즘 신나는 일이 없어 친구들에게 물었다.

"삶의 의미가 뭐냐고?'

친구 왈 "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즐거운 날이 되게 기도하지"란다. 또 어떤 친구는 자기가 이렇게 운동하며 하고 싶은거 하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해 하면서 산다고 했다. 이런 질문을 하는 나를 나무란다. 인생은, 삶이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함 속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희망, 욕구, 노력 이런 것들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적당히 누리며 어떻게하면 즐거운 날이 될까를 생각할 뿐이라고 한다. 그네들 말처럼 이제 벼슬 할 일도 없고, 아이들의 장래를 내 꿈처럼 여기며 달려가던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더 부자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어진 그 안에서 즐겁게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어려운 질문을 던진 나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오히려 내게 철학적인 그런 고리타분한 정신을 버리고 세상을 보이는대로 보고 즐겁게 살라고 충고한다.

그들의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

세상 뭐 별거 있을라구,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고 가족들 안의를 걱정하며 아이들이 세상속으로 잘 합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이 나이에 최소한의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이 시기를 겪고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생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죽기보다는 진흙탕에 뒹굴어도 이성이 좋다고 하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내 곁에 없다보니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들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의미라...

취미 생활로 하는 공부나 운동이 결코 버릴 시간들이 아니라 하루를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친구들의 충고가 결코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나친 의미부여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상실하게 되지도 않을까. 친구들의 말이 철학적이지 않고 그저 단순하다고 무시할게 아니라 귀담아 들을 일이다. 예전에는 향략적이고 유희만 쫓는다고 말을 섞지도 안했지만 지금은 그네들이 가끔 내 의식을 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행복이란 주어진 일상을 즐겁게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