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가...
언제부터인지 친구들이 몰려 다니는 문화가 생겼다. 아니 몰려 다닌다고 하기보다는 경조사에 많은 친구들이 얼굴을 내민다고 해야겠다. 우리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은 여유로워졌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은 일이던 슬픈 일이든 많은 친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참 보기가 좋다,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고.
며칠전 친구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아직은 나이라 할 수도 없는 젊은 나이에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친구는 얼마나 황망하겠는가, 본인에게는 위로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친구들이 조문을 했다.
멀리서 차를 몇 시간이나 달려서 오는 친구들이 그저 고맙고 반가웠다.
상을 당한 친구는 이 곳에서 친구를 등지고 은둔하다시피 수년을 살고 있다. 고의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 곳 친구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피해를 입혔다. 스스로 은둔하며 친구들의 모임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의 슬픈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과거의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되니 우선은 위로의 한 마디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남매를 출가 시키지도 못했고 아버지의 역활이 많이 남았음에도 아버지, 남편의 자리를 버리고 훌쩍 세상을 떠난 친구의 남편이 못내 안스러웠다.
검은 상복을 입은 친구와 남매를 뒤로하고 여러 도시에서 조문 온 친구들은 친구의 슬픔을 안타까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 앞에 닥친 일들이 친구들을 불러 모으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탓일까, 해가 갈 수록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이런 모습도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서로 친구간에 얼굴보며 안부를 들을 수 있어 오히려 참 좋은 시간이 아닌가 싶다. 좋은 일에는 많은 친구들이 축하해 주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 함께 손이라도 잡아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어쨌던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 것 보다 벌써 우리 나이가 남편자리 아내자리를 잃을 나이인가 하는 마음이 참 슬프게 한다.
비가 오는 그 날 밤 멀리서 달려와준 친구들을 돌려 보내고 늦은 시간 혼자 돌아 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삶과 죽음의 다른 세상은 영혼과 육신의 분리 만큼이나 뚜렷한 구분을 우리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는 의연함이 이토록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로 만난 인연으로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구들이 새삼 멋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시간이었다.
한 달후면 친구 수임이의 혼사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또 보기를 소원하며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어 주면서 호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