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_jung 2010. 11. 15. 01:08

 

  사방은 고요한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잡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차를 많이 마신 탓일까, 아니면 지난 토요일 이종 결혼식으로 많은 친척들과의 만남 휴유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일까.

우리 집에서 하룻밤 유하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외삼촌의 정을 못잊어서일까,

외삼촌은 내게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다. 대견해 하시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정주부로 눌러 앉아 살아가는 나를 애석해 하시기도 한다. 외삼촌은 질녀인 나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시며 사법고시 패스하고도 남을 아이였는데 돌봐주지 못한 것에 두고두고 후회하시는 것이다.

운명인 것을,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다 운명일진데 무엇이 그렇게 안타까워신지...

옛날로 돌아가면 내게 원없이 해주고 싶다는 외삼촌,

그러나 사람들은 새로 태어나면 다시는 실수 같은 거 하지 않고 살 것 같지만 다시 태어나도 똑 같은 실수를 하고 살지 않을까?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만보면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다 지나간 이야기인 것을, 이제야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인 것인데...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 외삼촌의 애달픈 사랑이라고 해야겠지.

그래서인지 외삼촌은 나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참 좋아 하신다.

외삼촌도 그 시대 고등교육을 받은 분이라 앎의 힘이 얼마만큼인지 아시는 분이라 나에 대한 아쉬움이 더한 모양이다.

내 기억 속에도 외삼촌은 잘 생기고 멋진 청년이었고 수재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외삼촌은 너무나 볼품없이 늙어 버려서 오이려 내가 외삼촌을 바라보는 눈길이 더 안타깝다.

외삼촌과 동문수학하며 서로의 집을 오가며 자고 가기도 했던 절친한 친구는 현정부의 실세로 대통령의 각별한 총애를 받으며 우뚝섰는데 지금의 외삼촌은 너무나 평범한 노인이 되어가고 있어 마음이 짠하다.

외삼촌이 나를 아끼듯 나 역시 청년시절 멋진 외삼촌의 모습을 추억하며 영원한 사랑으로 가슴에 담고 싶다.

친척 모임이나 경조사에서 가끔 만나지만 마음은 늘 가까히서, 나의 외삼촌 그 다정하고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외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