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눈이 내리는 풍경

하이디_jung 2010. 12. 28. 12:32

  간밤에도 눈이 내렸는데...

회색빛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진다. 밖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눈발을 헤치고 내게 전해진다.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눈사람을 만든다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들뜬 마음에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눈이 쏟아지는 풍경을 즐기며 추억에 젖어본다. 그 때 남매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참 재미있다.

"오빠야, 눈사람 보조개를 붙혀 만들자".

"보조개는 붙이는게 아니라 눌러주면 돼".

요즘 아이들은 표현력도 좋고 사실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가만히 웃어본다.

아이들의 동심을 보며 천사 같다는 생각이다.

경인년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새해를 시작 할 때는 뭔가 큰 꿈을 이룰 것 같았고 새로운 한 해가 펼쳐지기를 기대했지만 지나고 나면 평범한 한 해가 되곤한다. 실망과 아쉬움으로 마무리하고 경인년을 기억 저 편으로 밀어내며 단조로운 삶에 대한 회의를 잠시 느껴보기도 한다.

좀 더 멋진 삶을, 좀 더 아름다운 삶을, 좀 더 감미로운 삶을...

나의 의지와는 달리 시간에 등떠밀려 벼랑끝에 서 있다. 하나도 이루지 못한 그 무엇들을 끌어 안고 힘겨운 마음으로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새해엔 또 꿈을 꾸며 한 해를 열어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세월을 쌓아가며 늙어 가는 게 아닐까,

눈이 내린다.

하얀눈이 유년의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한다. 잠시 아름답고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티없이 맑게 웃던 그 옛날 그 때 함께 했던 친구들... 꿈만 같이 아득하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날들이 눈송이와 함께 추억 속으로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