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친구를 위로하며

하이디_jung 2011. 1. 18. 15:38

 

  시골은 아직도 하얗게 눈이 덮혀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낙옆이 쌓였다. 시퍼런 추위가 두 빰을 때리고 지나간다. 차를 세우고 논두렁을 따라 다져진 눈길을 밟으며 걸어본다. 발 밑에서 나는 뽀드득 소리가 참 정겹다. 친구와 나는 보름이라고 절집을 찾았는데 눈밭의 낭만을 따라 도란도란 삶의 고행을 들판에 뿌린다.

지난해 갑자기 실직한 친구의 남편은 어렵사리 회사내 있는 용역회사에 그나마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많이 모자라는 보수를 받으며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만 다니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참 속상하단다. 그러나 용역회사를 통해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어딘데라며 친구를 위로했다.

삶이란 원래가 그런 것이 아닐까.

올라가면 내려오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이 모든 것은 음과 양으로 이분법의 위치에서 잘 정리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는 것 또한 세상 위치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가끔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세상에 태어나 날마다 일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갈구하며 조금의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지탱해야 한다는건 정말 참기 어려운 시간이다.

바람같은 자유로움과 흐르는 물처럼 낮선 곳으로 원시의 여유를 찾아 떠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일만 하다가 실직했음에도 또 다시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은 인간을 멍에를 쓴 노예같은 굴레 속에 갖히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럼에도 일 할 수 있다고 감사해야 하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다.

오늘은 맑은 풍경소리가 시리다.

어렵게 함께 공부한 친구이기에 마음이 더 쓰인다.

위로라고 하는 것이 "그래도 우리는 우울하지는 안잖아, 힘내"라고 해본다.

올해 같이 추운 날 우리는 시리고 추운 이야기로 부처님전에 아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