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샘추위

하이디_jung 2011. 3. 25. 18:29

 

바람이 심상찮다.

윙윙 창문을 흔드는 소리가 심술 사나운 마귀 할멈이 따로 없다.

날마다 불러내는 사람이 어찌 이리도 많을까.

내 일상을 방해하는 사랑스런 친구들이 얄밉다.

맛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세상 이야기에 매몰되었다.

주인장이 산목련차를 내왔다.

은은한 목련차 향기가 방안을 떠돌았다.

나설 때 조금 한기를 느꼈지만 이미 봄옷에 입맛을 들인지라 두꺼운 겨울 옷은 싫다.

넣었던 겨울 자켓을 다시 꺼내 입었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봄이고 싶다고 했다.

화사한 봄옷은 이미 봄을 불렀다.

그래서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어도 모르는 척 한다.

친구들이 나이 탓하며 따뜻함을 예찬해도 시린 어깨 꼿꼿히 하고 허공에 깔깔된다.

가만히 있어도 할머니 될 것을 미리 세월을 부르지 마라.

꽃샘 추위가 이런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