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비 오는 날의 풍경

하이디_jung 2011. 6. 27. 16:15

 

  처마끝에서 빗물이 폭포처럼 떨어진다. 바닥에 깔려 있는 장판에 불을 넣고 따뜻하게 데웠다. 여자들이 창 밖의 풍경에 넔을 놓고 쏟아지는 비를 감상한다. 태풍이 몰고오는 비는 거세고 거칠었다. 파란 잔디위를 흥건하게 만들었고 정원수를 모질게 매질이라도 하듯 뿌려되고 있다.

황토 찜질방이 좋다고 해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쏟아지는 비 구경하는 것만 못한지 일어나질 않는다.

산행하는 날인데 태풍 메아리로인해 회원님의 본가 전원주택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고기굽는 냄새도 맛있는 음식도 평소와는 달리 흥미를 잃어 버렸다.

멀리 산골짜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았다. 마당 끝에 정자도 바람 때문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 못하고 비오는 날 작은 분수대는 시원한 맛을 읽고 말았다. 연못가에 앵두나무는 비를 맞고 빨간 앵두의 달콤함이 흘러 내리고 있다. 우산을 받쳐들고 식후 포만감을 잊으러 길을 나섰다. 밭에는 아직 따지 못한 매실이 비를 맞고, 고랑을 따라 흐르던 물줄기는 짙은 풀숲을 지나가지 못해 작은 제방이 무너져 빗물이 길을 덮치고 있다. 콩밭에는 오랜 가믐으로 이파리가 누렇던 것이 모처럼 단비를 맞으며 바람에 흔들린다. 칠월을 코앞에 두고 산에는 록음이 짙어가고 들판에 어린 벼가 물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비 오는 날 시골 풍경의 아름다움에 취해 삭막했던 도시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준다. 우산을 적시고 바지가랑이를 적시고 신발을 적셔도 서둘러 비를 피하고저 하는 이는 없다. 빗속을 걸어 들판에 서서 자연을 느끼는 행복에 머물고 싶었다.

 이럴 땐 마음을 채워 줄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제격이라며 창이 넓은 거실에 둘러 앉아 커피 한 잔의 낭만과 이야기 한 자락의 낭만을 추억하기를 바란다. 남자들은 숯불 앞에 놓고 고기를 구우며 정치며 세상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여자들은 음식 이야기, 예쁜 옷 이야기, 창 밖의 풍경을 즐긴다.  집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전망이 참 좋다.

멀리 산 봉우리가 첩첩이 늘어서 있고 안개는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운치있는 전경을 만들어 낸다.

눈 앞으로 펼쳐진 푸른 산과 들녘은 아무리 봐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전원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용기를 내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당장 이렇게 얘기한다.

여름에 모기떼는 어떡하고 벌레는 또 어떡하냐구.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하루 쯤 놀다가는 것에 만족해야지...

갑자기 경청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떤이의 자화자찬이 끝없이 좌중에 몰아친다. 사소한 자기 이야기를 크게 풀어내는 재주는 아무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 누군가 식상하다는 듯 자리를 차고 일어난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주거니 받거니에서 정이 나고 즐거워진다. 나만의 이야기는 매번 들으면 재미가 없고 신뢰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청이 참 중요하며 일방적인 이야기는 강사들이 하는 것이다.

큰비가 내리더니 강물이 엄청 불어 났다.

누런 황토물이 넓은 강바닥을 채우고도 강 허리까지 넘실 거린다.

티비에선 피해 발생을 뉴스를 통해 쏟아 내고 돌아오는 길은 이미 큰비가 한바탕 세상을 훍고 지난 뒤였다.

비를 머금은 푸른 세상은 싱거러움이 달려있고 내 마음은 푸르름으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