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은 아직 멀었네

하이디_jung 2012. 3. 7. 10:54

 

봄은 늘 내게 힘든 계절이다.

두꺼운 코트를 벗고 가벼운 자켓으로 갈아 입은지 한참인데 아직도 한기를 느낀다.

나뭇가지의 꽃눈이 눈치를 보며 부풀어 오르건만 나는 아직 겨울이다.

나이탓이라고 애써 중얼거리지만 형님들은 눈을 흘긴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이 의미가 없어짐은 무엇 때문일까.

나 또래의 여자들이 많이 느끼는 허무함과 삶의 회의를 어느 날 내가 겪고 있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이 말하는 갱년기 우울증이 대표적이라는데 나는 삶이 우울하지는 않은 걸 보니 우울증은 아닌 모양이다.

삶의 목표가 없고 희망이 없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나이에 무슨 원대한 꿈이 있고 목표가 있을까.

그저 日日是好日이면 좋을진데 삶이란 그리 녹록지 않는 거 또한 인생이다.

요즘 같은 난세를 나 혼자 독야청청 할수도 없는 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그래서 가끔 세월이 좀 빨리 흘렀으면 싶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제 자리를 잡고나면 아무 생각없이 유유자적하는 삶을 즐기고 싶다.

독서와 산책만이 일상이 되는 선비같은 삶을 살고 싶다.

남편이 힘든 짐을 내려놓는 날 우리는 나비와 청산갈까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