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쓸쓸함에

하이디_jung 2012. 11. 7. 19:18

 

어젯밤 바람에 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비질이 잦아진 경비 아저씨는 허리 펼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발 밑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가을의 소리 같아 정겨운데,

누구에게는 힘든 노동의 소리인가 보다.

가을은 어쩌면 상실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허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흘러 가버린 시간이 못내 아쉬운 탓일거다.

그래서일까,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상실의 절절함을 느끼게 된다.

옆에 선 대나무는 처연한 모습으로 눈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바람만 일렁인다.

쓸쓸한 벤취에 홀로 앉은 할머니의 뒷모습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같이 사는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며 저렇듯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이 짠하다.

세상이 희한하게 변해가고 있다.

가정의 규율은 효에서부터 시작되고 효로 끝나던 그리 멀지도 않은 지난날이건만,

언제부터 우리는 효가 짐이 되어 버렸을까.

자식을 위해 청춘을 보낸 것도 억울할진데 늙어 소외감을 맛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큰아이가 아빠의 패딩점퍼를 사보낸다고 전화를 했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나중에 식구가 생기면 부모에게 소홀해질까봐 그냥 고맙다고 말했다.

저희들 위해 고생하는 아빠의 노고를 잊어서는 되겠는가 싶어서다.

가을이 가고 있다.

허허로운 마음 달랠길 없어 오늘도 애꿎은 낙엽만 툭툭 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