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외로운 크리스마스

하이디_jung 2012. 12. 25. 11:59

  겨울에 들자마자 함박눈이 내렸다.

그 뒤에 살을 에일듯한 추위가 기성을 부리고 있다.

연이어 두어 차례 내린 눈은 아직도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고,

오늘이 크리스마스다.

어제도 갈 데가 없더니 오늘도 한가하기 그지없다.

시도 때도 없이 만나던 친구들도 공휴일엔 대문을 걸어 장궈듯 외출을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외톨이다.

크리스찬은 교회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이고 불교신자인 나는 일찌감치 산책이나 나서는 게 나을 것 같다.

찬바람 맞으며 나즈막한 산으로 운동이나 가야 겠다.

며칠전 동짓 날 우리절 수국사를 가다가 거세진 눈발에 미끄러운 길을 달리지 못하는 많은 차량들로 되돌아와 달비골 임휴사를 다녀왔다.

큰길에다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는데,

떡갈나무 낙엽위에 싸락눈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지를 울리고 있었다.

유성음을 빌려 표현해 보자면 따따다닥~~~ 빠른 두드림이랄까.

정말 그 어떤 소리보다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낙엽 위에서 톡톡 튀는 소리를 따라 아득한 옛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참 그립고 되돌아 가고픈 시간들이다.

미끄러운 비탈길을 올라 찌들은 도시의 번뇌를 마음에 가득 안은체 부처님을 뵈었다. 

공양간에서 맛있는 팥죽 한 그릇 먹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 올 때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조금전 아름다운 소리를 내던 싸락눈은 낙엽위에 소복히 쌓이며 세상 소리들을 잠재웠다.

그렇게 내린 눈이 지금도 분분히 쌓여 겨울의 찬맛을 느끼게 한다.

참 춥다,

오늘 혼자라서 더 춥다.

우리는 이렇게 외로워하며 나이들어 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