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쳐버린 오월
하이디_jung
2013. 5. 31. 11:57
오월이 간다.
오월은 정말 바쁜 나날이었다.
나른한 봄날이 여름에 지쳐가고 사람 또한 더위에 스스히 지쳐간다.
어디론가 무수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돌아보면 그냥 멍하다.
그렇게 바빴던 순간들이 안개속으로 잠겨지듯 희미해진다.
영덕 블루로드에서 보았던 해국,
바닷가 언덕의 무수한 군락만이 나를 감동케 하고 가을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을에 그 많은 해국이 일제히 꽃을 피우는 날 감격의 파도가 몰려 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 설레인다.
지나간 어느 날 야생화에 빠져 있을 때 심었던 해국은 가을이면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많았던 야생화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서 사랑을 받고 있는 해국인지라,
블루로드에서 만난 해국은 당연히 더 반가울 수밖에.
아파트 베랃다에서 자라는 탓에 웃자라서 야생에서 살아가는 애들만큼 빵빵한 맛은 없어도
길게 뻗아나는 줄기 끝에서 피는 해국의 기이한 자태는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나를 사로잡은 블루로드 해국과 푸른 바다,
지금쯤 잉태할 보라색 꽃망울을 위해 하얀 파도가 이파리를 어루만지며 바다의 여름을 속삭일 것이다.
내오월의 시간들이 안개속으로 침잠하는데 보라색 미소를 가진 해국은 파란색으로 흔들린다.
짙어가는 녹음과 더불어 유월은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기를 바래본다.
푸른 계절에 젊디 젊은 파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