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념에 빠져

하이디_jung 2016. 2. 16. 16:04



  참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본다. 그 사이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저만치 오고 있다. 내가 어떠하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설을 맞아 두 아이가 다녀 간지도 열흘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나는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쁘게 보낸 거 같다. 남편은 남편대로 추위 탓에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듯 게으름을 피우며 할 일 없어 지루하다고 진심이 아닌 한가함에 대한 행복한 거짓말을 한다.
 그저께 내린 비가 봄을 준비하라며 대지를 향해 속삭이고 아직은 물러갈 수 없다는 듯 추위가 심술을 부린다. 나는 다가오는 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데 작은 집안에서 리모컨을 들고 이 채널 저 채널을 탐색하며 간혹 창문에 비치는 햇살에 기쁨을 느껴본다. 친구가 준 하모니카 연주를 가끔은 듣기도 하지만 일을 하면서부터 이상하게 티브이 앞에 앉는 시간이 점점 늘어간다. 나 자신 게을러짐을 알면서도 나는 그냥 이렇게 혼자만의 여유로움이 좋아진다. 나만의 시간에 갇혀 때로는 이쁜 그릇을 꺼내보고, 때로는 이쁜 옷을 입어 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책장 앞에 서서 책을 한참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출근할 시간이 되면 바쁘게 집을 나선다. 이런 나의 일상이 싫지가 않다. 오히려 지금의 일상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제 아이들 걱정도 남편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잘 꾸려 나가기에 대신 열심히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줄 뿐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각자 제 자리에서 주어진 삶을 채우며 행복을 엮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기쁨의 열매를 따서 그 달콤함을 맛보게 되는 날 나는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일을 하면서부터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무리하지 않았고 그저 쉬엄쉬엄 몸을 쉬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삶이 여유로워졌고 복잡한 머리도 비워지게 되었다. 며칠 후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온다.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아직은 모일 돈이 없지만 세월이 가면 그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리라 생각하면 벌써 부자가 된 느낌이다. 물론 돈과는 상관없이 지금 이 대로도 행복하다. 이제는 걱정할 게 없으니 이만하면 괜찮지 않으냐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어느새 또 하루가 넘어가고 있다. 지금쯤 산골 어느 집 굴뚝에선 군불 지피는 연기가 그리움처럼 피어오를 시간이다. 아! 그리운 그 옛날 그 시간들, 곱디고왔던 내 어머니는 이제 구순을 바라보는 파파할머니로 변했고 단발머리 수줍음 많던 나는 중년이 되었다.
 이월이 가고 삼월이 오면 비로소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