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무위도식

하이디_jung 2022. 2. 28. 14:59

  먹고 자고, 자고 먹고 무위도식이라...
요즘 나의 일상을 두고 나 스스로에게 돼 내어보는 글귀다. 참 못할 노릇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럴진대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것은 아마도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간의 마지막 휴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 내 앞에 주어진 아무 일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며 이 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친구들은 하기 좋은 말로 그 참에 푹 쉬라고들 하는데, 나는 이런 내가 싫다. 그래서 몇 개 안 되는 화초 앞에서 서성이기도 하다가 괜히 마른 꽃잎 하나 따서 버리고 화분을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에라 이 것도 아니다며 달달한 커피 한 잔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역시 여기 서재는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여럿이다. 우선 읽다만 책이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LP판 레코드가 있어 좋다. 우선 내가 즐겨 듣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틀어 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어머 여기에 내가 손장난 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가 있는 것을 왜 엉뚱한 곳에서 지금의 무위도식을 한탄하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캐릭터 애벌레를 닮아 가는 건 아닐까를 염려했는지 모르겠다. 이 고요함과 겨울 나그네의 외로움을 음미하며 음악을 따라 길을 나서면 될 것을... 차가운 눈보라를 맞으며 걸어가는 나그네를 따라가노라니 저기 거실너머 창가에 봄 햇살이 미소를 머금은 채 가득 내려앉아 있다.
 봄이 오나보네,
시클라멘의 화사한 봄날이 저 토록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왜 나는 지금의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두고 게으른 시간이라 치부하며 못 견뎌했을까, 힘든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쉽게 주어지지 않을 시간을 말이다. 그래서 무위도식, 가끔은 가져도 좋을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래서 겨울 나그네와 작별하고 레코드 판을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