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모처럼 떠나는 고향친구들과 여행은 아직 덜 알려진 미지의 세계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었다. 중앙아시아 스탄국들은 구소련 시대 소비에트연맹으로 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국가들이 분리독립한 나라들이다. 그래서 쉽게 여행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공산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로의 시간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우리나라의 90년대쯤의 시간을 살고 있다. 그리고 스탄지역하면 위험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근데 서쪽 스탄들은 늘 전쟁과 분쟁으로 위험하지만 다 같은 무슬림국임에도 중앙아시아 쪽은 안전하고 사람들도 순박하고 선하다.
고향친구 8명이 나를 쫓아 함께 떠나는 여행은 진짜 즐겁고 행복했다. 나는 리더로서 친구들의 안전과 건강하게 여행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신경을 쓰느라 긴장은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돌출행동 없이 잘 따라주어서 무사히 건강하게 멋지고 행복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7시간을 날아 카자흐스탄 알마티공항에 내려 미리 마중 나온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여 첫날 여장을 풀었다. 카자흐에 내렸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도시를 내려다보고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2천 미터가 넘는 텐산산맥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하얀 설산이 압도적이었다. 병풍처럼 둘러 쳐진 하얀 설산 아래로 노랗게 물던 단풍 그리고 유럽풍의 발그레한 색 낮은 지붕들, 멋진 구성을 보여주는 수채화와 다름없었다. 정말 예쁜 도시 알마티였다.
아침을 먹고 가이드의 안내로 텐산산맥의 침블락 스키 리조트를 관광했다. 침블락 스키장은 2011년 동계아시안 게임과 2017년 동게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해서 훌륭하게 경기를 치른 곳이다. 하절기에는 관광객을 유치해 케이블카를 타고 3200미터 정상에 올라 만년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케이블카를 세 번이나 갈아타며 정상 3200미터에 올랐다. 정상 침블락은 만년설을 이고 웅장하고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 앞에 서서 위엄을 과시하고 있었다. 친구들도 탄성과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을 자아냈다. 모두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멋진 풍광을 만끽했다. 고지대라 금세 손이 시렸다. 그럼에도 멋진 풍광에 취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 찍느라 반쯤 혼이 빠졌는데 산을 내려가자고 재촉하는 가이드의 얄미운 진행이 못마땅했다. 모두들 아쉬움의 표현을 제 각각의 표정으로 드러내며 올라왔던 길을 내려왔다. 침블락은 청정한 공기와 예쁘게 물든 단풍과 이색적인 침엽수 그리고 노랗게 단풍 든 자작나무가 여행자에게 시어로 다가왔다. 정말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침블락에서 알마티 시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뒤 재래시장 질뇨늬 바자르를 관광했다. 우리네 옛시장처럼 무질서하고 많은 인파로 복잡하고 시끄러웠지만 그들만의 질서로 잘 유지됨을 볼 수 있었다. 각종 향신료와 온갖 견과류, 우리는 잣이 저렴하고 맛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잣을 구입 했다. 오후 남은 시간은 시내 여기저기를 관광했는데 특이한 점은 고대 건축물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수천 년을 걸쳐 살아왔을 터전에 어찌 고대 건축물 하나 없단 말인가 의문이 갈 즈음 가이드의 설명이 카자흐는 태평양 지진고리대에 연결되어 있어서 100년 주기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 도시가 무너져 내려 보존된 건축물이 없다는 것이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 이곳 사람들의 비극이 참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아파왔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환경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무한한 가능성의 아름다운 도시 알마티다.
다음날 일정은 시내 공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차른 캐니언 트레킹을 가는 날이다. 시내 곳곳에는 2차 대전 승전 기념 조형물과 전쟁 영웅담을 엿볼 수 있었다. 소비에트 연맹시절 마치 격문처럼 애국심을 불러일으켰을 이야기들이다.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차른 캐니언에 도착하여 점심은 한식 도시락으로 먹었다. 그 지역엔 아직 식당이 하나도 없어 부득이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앞으로 개발이 되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누군가 앞다투어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차른 케니언은 협곡으로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되어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여러 모양의 기암괴석이 무리 지어 154KM 줄지어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징이 붉은 퇴적암이라 더 신비로웠다. 수천수만 년 전 판의 이동으로 골짜기를 만들어 내고 침식과 풍화작용이 오늘날 이런 멋진 장관이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우리는 154K 전 구간은 갈 수 도 없고 일부 구간을 걸어서 계곡을 탐방했다. 멋진 기암괴석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늠름한 자태에 그저 와~~ 하고 감탄을 할 뿐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미국의 그랜드케니언은 위에서만 감상한 반면 차른 케니언은 그 밑바닥에서 고개 들어 우러러 쳐다보며 걸었다는 게 몇 배의 현실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메마른 모레 바닥에 그래도 예쁘게 꽃은 피어서 어느 향수보다 그윽하고 향기로움으로 계곡을 채우고 있었다. 그 예쁜 꽃무리 속에는 예쁜 들쥐들이 수도 없이 들락거리며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부지런을 떨고 있었다. 노랑에 가까운 갈색쥐는 쥐라고 하기엔 너무 귀엽고 예쁜 자태로 꽃나무 숲으로 갔다가 땅굴로 된 집을 드나든다. 한참을 관찰해 보니 그들의 바쁜 일상이 마치 우리네 삶과 겹쳐져서 피식 웃음이 났다. 친구들과 너무 멋지다고 감탄하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한 시간여의 트레킹은 힘들었다. 걷는 길이 모래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은 오르막이기도 하고 무더운 날씨에 지쳐서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 행복했다. 그곳을 가지 않았다면 어찌 그런 멋진 장관을 볼 수 있었겠는가 다. 2004년에야 협곡의 지질과 생태학적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니 늦은 감이 있지만 자연환경과 인류를 위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멋진 지구를 꿈꾸며 설렘도 잠시 접어두고 내일 넘어갈 키르기스스탄을 맞이할 준비를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