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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반가웠다

by 하이디_jung 2010. 10. 25.

 

  깊어가는 가을이 단풍으로 참 아름답습니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실은 친구들이 흥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 안습니다.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서울로 향하는 마음은 어느새 친구도 만나고 옛 이야기를 만나기도 합니다. 가을 서울에서의 동창회는 세상에 내려 앉은 이쁜 가을 만큼이나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은 이번 서울 주최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 갔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한차에 부산을 실고, 울산을 실고, 마창을 실고, 합천을 실고, 대구를 실고 올라 갔습니다. 그래서 버스안에는 부산, 마창, 울산, 합천, 대구의 각기 다른 향기가 풍겼지만 그 향기의 원류는 고유한 합천 대양의 향기였습니다.

  한낮에 만나 먼 길 달려가니 저녁이 이슥해서야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가 들어서자 서울 친구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를 청하며 "오느라 수고 했다. 반갑다."며 반겨주었습니다. 그렇게 반색하며 반겨줄 사람 친구말고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시내로 들어 오면서 차가 밀려 많이 늦게 도착한 탓에 행사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서울 친구들의 빈틈없는 준비는 훌륭하고 정말 좋았습니다. 서울지부 심천진 회장님의 초대 인사말은 친구들을 포근하고 행복하게 이끌었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 '친구에게'를 낭송한 친구 경자의 절제된 고요함과 가녀린 목소리는 자리에 앉은 친구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을 지폈습니다. 유년시절 악기를 처음 접했던 우리들이었지만 삶에 찌들어 그 연을 다 끊고 살아온 세월인데 친구 경엽이가 기타를 메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와 김세환의 '친구'를 불러 주었습니다. 크리스찬으로 성가대에서 활동하며 득음을 얻었는지 그 목소리는 유수의 어느 테너 못지않은 훌륭한 노래 솜씨로 많은 친구들을 넋을 빼놓았습니다. 정말 영혼을 홀릴만큼 아름다운 노래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앵콜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늦어진 행사 때문에 너무나 아쉽게 기회를 잃었습니다. 훌륭한 노래는 다음 기회를 위해 미루어 두고 회장님을 비롯한 몇몇 친구들의 인사말과 건배 제의를 끝으로 서둘러 행사를 마치고 늦은 저녁 만찬을 들며 친구들과 쌓였던 이야기로 행복한 웃음이 피어 올랐습니다.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이 떠올라 아쉬웠습니다.

만찬이 끝나고 즐거운 오락시간은 많은 친구들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어쩌면 시간은 즐겁고 행복한 걸 알까요, 그렇게 빨리 달아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행사장의 타임아웃에 곧장 기념 찰영에 들어 갔지요, 정창화 총무님의 우령찬 호명에 1반, 2반, 3반, 4반, 그리곤 도리, 덕정, 무곡, 안금, 한 술 더떠 영일정씨들... 그렇게 기념찰영을 박장대소하며 했는데 전 진양정가라고 정씨들의 기념찰영에 끼어들지 못해 삐질려다 참았습니다. 어리없는 영일 정씨들...

 그렇게 웃고 떠들고 행사를 끝내고 객실로 올라 갔지만 흥에 겨운 마음으로 잠들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그 흥에 이기지 못하고 기어이 노래방으로 달려갔습니다. 모두들 노래는 또 어디에서 배웠는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는지 대단했습니다. 저도 여태 껏 나라고 지닌 거추장 스러운 그 무엇들을 다 집어 던지고 친구들과 손 잡고 노래하고 춤도 추었습니다. 정말 신나는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늘 우리를 앞질러 갑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시간도 끝이 났습니다. 자정을 훌쩍 넘기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친구들은 정숙이의 쌀 씻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 났습니다. 정숙이는 친구들에게 점심을 먹이기 위해 밥솥을 가져와 호텔에서 밥을 지었던 것이지요. 지난 밤의 아쉬움을 모자란 잠에 매달고 아침을 먹고 연배 친구의 안내로 둘레길 산행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친구 연배의 작은 희생과 봉사는 저를 감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온 친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안내 하느라 정작 본인은 친구들이 식사를 한 후에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배친구의 그런 모습을 아는 친구도 있을 거고 모르는 친구들도 아마 있을 겁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지라 제 어찌 칭찬을 아끼겠습니까.

  친구들이 모두 둘레길 등산에 가고 친구 몇과 저는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참여하지 못한 둘레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었습니다. 친구들이 산행에서 돌아오면 배고플까봐 정숙이는 그 먼 상주에서 직접 아욱국을 끓이고 김치를 담가서 가져와서 그 많은 친구들을 따뜻하게 배불리 먹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여인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 친구들의 작은 희생과 봉사,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서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산행에서 돌아온 친구들은 정숙이표 따뜻한 점심을 먹고 헤어질 채비를 하였습니다. 만날 때는 반가웠지만 헤여질 때는 늘 아쉬움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서 후일의 만남을 위해 시간을 따라 흘러가야만 합니다. 짧은 1박2일이지만 서로를 향한 정과 사랑을 깊이 새기며 손 흔들며 귀향을 서둘렀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 오면서는 또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말썽장이 두 사람을 잠재우고나니 해방꾼 없는 평화로운 여행이라 모두가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늘 뒷치닥 거리를 도맡아하는 우리 정창화 총무님의 취기어린 사회는 간간이 유머와 풍자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오면서 휴게소 두어 곳을 쉬다보니 어느새 합천과 대구 친구들이 내리게 되었습니다. 대구 합천 친구들을 보내기 위해 친구 모두가 내렷는데 아뿔싸 창화 총무님이 강회장을 뜨겁게 끌어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깊고 뜨거운 포옹을 보면서 친구란 저런 것이구나 느끼며 감동했습니다. 부산, 울산, 마산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떠나고 합천 친구들도 떠나 보내고 서둘러 돌아 오면서 지난 밤의 추억이 가슴 깊이 행복으로 채워져 아마 몇 달은 행복하게 살 것 같습니다.

 친구 여러분!

정말 너무 반가웟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서울지부 친구들 특히 애 많이 쓰셨고 그래서 엄청 행복합니다. 여태 껏 동창회 모임을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데 모두라는 예쁜 어휘로 소중하게 감싸봅니다. 다음에는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친구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정말 행복합니다,

늘 당신들이 내 곁에 머물러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