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케치 227 파크골프 입문하면서 일하느라 골프를 그만둔 지가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본의 아니게 지금은 쉬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절친 J형님께서 파크골프를 하자며 그라운드로 불러낸다. 난 아직 채도 없는데 형님께서는 잠시 쉬는 채가 있다며 장갑만 들고 오란다. 그래서 약속을 하고 골프장에 갔다. 풍광이 깨나 아름답고 약간은 한적함도 맛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키 큰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더 멋진 광경이었다. 골프를 했기에 딱히 배울 것도 없이 적응만 하면 될듯한데 퍼팅은 만만치가 않았다. 시작을 하고 보니 금세 빠져들었다. 공을 치면 골프공의 경쾌한 소리와는 달리 탁하고 달아나는 공 맞는 소리도 정겨웠다. 평정심을 유지해야지 다짐을 해 보지만 몇 홀 못 가서 욕심이 앞장을 선다.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운동을 할 수.. 2024. 6. 10. 나이 듦에 대하여 태어남과 동시에 세월은 흐르고 아기에서 아이로 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었는가 했더니 중년을 지나 중년도 아닌 것이 노인도 아니다. 우리말 노인은 어휘가 늙어 보여 영어 시니어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이 듦을 싫어 하지만 겨울 지나고 봄이 옴을 무척이나 반가워함은 가는 세월 잠시 잊고 봄의 설렘을 좋아함이리라. 오늘도 하얗게 만발한 배꽃을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맛난 수제비 한 그릇을 비웠다. 거울을 본듯한 친구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귀를 위로 힘껏 잡아당겨 입가 주름을 펴본다. 아서라, 그런다고 60대가 50대가 되랴. 어느새 두 손은 힘없이 무릎으로 떨어진다. 켜켜이 쌓인 나이는 나무처럼 나이테가 생기듯 이마에 생긴.. 2023. 4. 11. 예민한 시대 쉬엄쉬엄이던 일상이 갑자기 빠듯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부의 문제가 직원이라는 이유로 적잖이 밀려든다. 일련의 일들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므로, 이 순간 나는 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직장생활이란 게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스트레스라지만 요즘같이 오너의 어려움이 클수록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내가 맡은 업무를 벗으나 포지션 체인지가 수시로 일어나니 직원들 간 불평불만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진 사람들은 여차하면 짜증이 두 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의 절제가 요구되는 시간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최소한의 대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다. 우리는 언제쯤 코로나의 환경에서.. 2022. 12. 1. 무위도식 먹고 자고, 자고 먹고 무위도식이라... 요즘 나의 일상을 두고 나 스스로에게 돼 내어보는 글귀다. 참 못할 노릇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럴진대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것은 아마도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간의 마지막 휴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 내 앞에 주어진 아무 일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며 이 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친구들은 하기 좋은 말로 그 참에 푹 쉬라고들 하는데, 나는 이런 내가 싫다. 그래서 몇 개 안 되는 화초 앞에서 서성이기도 하다가 괜히 마른 꽃잎 하나 따서 버리고 화분을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에라 이 것도 아니다며 달달한 커피 한 잔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역시 여기 서재는 나를 위로해 줄.. 2022. 2. 28. 이전 1 2 3 4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