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다
이주향 지음
때로는 소설 같은 사랑이 하고 싶다. 인간이면 누구나 갈망하는 사랑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소설 속의 애로스'를 빌려 읽었다. 그런데 '사랑이 내게로 왔다'를 펼쳐보는 순간 저어기 놀랐다. '사랑이 내게로 왔다'는 '소설 속의 애로스'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혹 모방인가를 의심하며 작가에 대한 두터운 신망이 작은 실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처음의 작은 실망과 그의 지적체계를 부러워한 일련의 것들은 접어두고 작품을 대하기로 하고 작품에만 몰입했다. 덕분에 작가 이주향의 글쓰기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큰 제목 밑에 소제목을 붙여 놓고 주제별 사랑법과 다양한 사랑의 빛깔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제목은,
거침없이 사랑하라, 그리고 망각하라
배반하라, 사랑을 배반하라
태초의 사랑을 잃다
악마의 입맞춤으로 구원되다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위의 소제목에 붙여 이광수의 '원효대사',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까지 33가지 사랑의 빛깔을 나열하고 주인공들의 가상 인터뷰도 보여주고 있다. 가상 인터뷰는 작가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온전하게 사흘을 사랑하고 떠난 원효대사와 요석의 사랑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이야말로 완전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를,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랑 '에로스와 프시케', 사랑을 믿지 못한 프시케의 사랑은 후회와 눈물이, 오만의 자존심이 사랑을 밀어내다 알게 되는 진정한 사랑 '오만과 편견'이 보여주는 마음 깊은 곳에서 샘처럼 솟아나는 사랑은 운명인 것이다. 사랑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나를 통제할 수 없는 것이리라. 아직도 사랑에 가슴 울렁이고 환희와 번민이 번갈아 내 영혼을 흔드는 것을 나는 느끼고 싶다.
작가 이주향의 '사랑이 내게로 왔다'는 주제별 사랑을 깔끔하게 묶어 놓은 반면 '소설 속의 애로스'는 고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사랑과, 작가의 내면적인 것과 살다 간 모습을 통해서 사랑을 보는 게 다르다. 두 권을 비교하며 읽어 보는 재미도 여간하지 않으니 모처럼 아름다운 시를 보듯 사랑의 산책을 하였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명작의 사랑 이야기를 작가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안에 갇혀 진부한 삶을 살아온 뒤늦은 후회와 실낱같은 사랑이 남아 있기에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모처럼 작가 이주향이 잠들어 있는 내 열정과 자유,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인간은 처음부터 밥만 먹고살 수 없는 존재였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죽음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더라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며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아무리 위험할지라도...
작가 이주향의 보석 같은 글쓰기는 분명 처음의 내 실망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다가와 여유로운 오후의 한가로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누군가 말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행복은 30퍼센트고, 못 보는 그리움의 고통이 70퍼센트라고 절대 사랑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럴까? 그렇다,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사랑도 운명이라 여긴다.
사랑이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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