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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봄 맞으러 간다

by 하이디_jung 2010. 4. 27.

 

  나른한 봄 햇살이 쏟아진다

연초록 사월이 사방으로 퍼진다

부드러운 흙을 밟는 느낌은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조용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소나무 울창한 그늘아래

우리는 즐거웠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즐거운 산행에 그저 웃음보가 터질 뿐이다

오래된 고목에서 꽃을 피우는 진달래를 보면서

옛 추억 한 자락 펼쳐진다.

솔밭 아래 차려진 만찬은 가는 이의 시선을 잡아끌고

우리는 햇쑥으로 만든 떡 한 접시를 기꺼히 내어주었다

막걸리 한 잔의 건배는 건강을 위하고

두 번째 잔은 오래오래 만나 정나누기를 기원했다

따스한 햇살 쏟아지고

소슬바람 불어와 두 볼을 어루만지네.

약수터에 내려간 남자 친구들은

도토리 맛 나는 텁텁한 물을 떠오더니

보약이라 생각하고 먹어라 제촉한다

나이들어 친구는 황혼으로 가는 길

말벗으로 더 이상 좋을게 없다.

솔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한호 선생의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이야 박주 산챌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막걸리 한 잔에 세상 시름 다 잊고

봄이 피어나는 산에서

옛 사람들의 풍류를 흉내 내어본다.

내 나이 오십줄에 접어들었어도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하면

그 시절로 돌아가 어리광이 절로난다

자연의 품에 안긴 지금은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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