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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사월의 소식

by 하이디_jung 2011. 4. 21.

 

 

  봄이 어린 아이처럼 깨어나고 있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그랬다. 어쩌면 이 말은 역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사월에 꽃이 만발하고 새로운 가정이 탄생되는 결혼식이 많이 열린다.

지난 일요일 친구의 딸 결혼식이 수원에서 있었다. 우리 친구들은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예식에 참석했다. 하루를 꼬빡 채우는 일정이었다. 결혼식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껴야하는 순간이었다.

코흘리개 꼬마가 어느새 그렇게 성장하여 시집을 간다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여기까지 와버린 나를 돌아보게도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처지라 결혼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곧 닥쳐올 일이라는 생각에 예사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은 아직 덤덤하다. 예쁘게 잘 키워서 시집을 보내고 장가를 보내는 걸 보면서 서운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할 것이다.

우리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위 며느리 본다고 청첩이 제법 날아 온다.

이번에 딸 시집보낸 친구는 고향친구 중에서도 나와는 절친이다. 그래서 하나에서 열까지 그들의 혼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 알고 있기도 하다. 서운한 것도, 못마땅한 것도 많지만 시간이 흘러 예식을 마침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다.

예식장에서 순백의 드래스를 입은 신부는 선이 곱고 티없이 자라서 맑고 화사한 얼굴에선 부드러운 미소가 참 예뻣다. 미래의 새식구가 될 우리 아이도 저렇게 티없이 맑은 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친구의 딸아이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는 엄마와는 달리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나 평생을 약속했으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빌어준다.

이제는 친구들의 자녀 혼사 문제가 중요한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어른 노릇하기도 여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하고 자애로움 또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따르며 무엇보다 원만하게 잘 살아주기를 바란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혼이 다반사가 되어버려 늘 조마조마한 것이 부모 마음이다. 내 자식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엄마들이 하는 말이 결혼을 시켜도 걱정, 결혼을 시키지 않아도 걱정이라고 한다. 부모는 늘 자식들 걱정으로 평생을 살아가는가보다. 잘 살아주면 그 보다 더 효도는 없다. 그렇게 자식들이 우리곁을 떠나서 미래를 살기위해 분주할 때 남은 부모는 가끔 찾아오는 자식을 기다릴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홀가분 하기도 하겠지만 외롭게 둘이 남아 노년의 길로 들어서는 것 보다야 천천히 떠나보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결혼하지 않은 자식은 내 자식이지만 결혼을 하게되면 저 만치 물러나야 섭섭하지 않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친구 딸 결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시간들이 유수와 같이 흘러 가버린 우리들의 젊은 날들이 식장의 소음을 타고 떠오른다.

벚꽃이 활짝핀 사월에 시집을 가는 아이 봄빛처럼 화사한 삶을 축복 받기를 빌어준다.

사월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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