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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방문

by 하이디_jung 2007. 1. 13.

 어머님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어머님께서 평소에 제일 좋아 하셨던 바나나 한 상자 카스테라 50개를 사들고 요양원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한 시간여 걸려서 요양원에 도착하여 어머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올라가니 어머님께서 문 앞에서 바같을 내다보고 계셨다. 보살피고 계신분에 의하면 늘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시고 바같에 나갈려고 하는것은 여전하시다고 한다. 아들네 잠시 계셔도 시골 집에 계셔도 늘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다. 문 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계시는 어머님을 보니 문을 열고 나오실 수는 없고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나는 얼른 어머님의 손을 잡고 어머님 어디 가실려고 합니까 " 우리 오매 한테 갈려고" 라며 문 밖으로 나갈려고 하신다. 나중에 모시다 드릴께 들어가시자며 다른 할머니들이 모여 계시는 곳으로 가서 빵이랑 바나나 먹고 가자고 달랬다.

 처음에 모실려고 갔을때보다 마음이 좀 놓였다. 남편도 많은 자책으로 밤잠을 설치더니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인지 마음이 나아졌다고 했다. 어머님께서 바나나를 드시면서 내게도 너도 먹어라며 집어 주신다. 처음에 모르시더니 한참을 보고나니 피붙이라는 이끌림에 당신도 모르게 자꾸 내게 먹고 가자며 손을 잡아 끈다. 어머님을 모시는 분들께서 의복도 깨끗하게 하셨고 얼굴도 깨끗하게 해놓으셨어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 바쁜 시간으로 오래 머물 수 없어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어머님께서도 일어나시며 가자고 내 손을 꼭 잡으신다. 돌보시는 분이 눈치를 채고 할머니 방에가서 잠바 입고 가셔야죠. 하고는 방으로 모시고간 사이 남편과 서둘러 나왔다. 목사님의 부인께 우리 어머님 잘 부탁 드린다며 당부를 하고 차를 돌려 나왔다. 돌아서 나오는 길은 마음이 아파 또 눈물이 났다. 한참을 달려오면서 우리 부부는 말이 없었다. 내가 또 죄를 짓고 가는구나 싶어서...

 산 모퉁이 고개를 넘어오다  추운데도 불구하고 포장마차를 연 아주머니 찻집에서 내가. 차 한 잔을 하고 가자고 했더니 아무 말이 없던 남편도 그러자고 하여 우리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풀었다.

 오후에 일상에 묻혀 세상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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