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장대 같이 쏟아진다.
오늘부터 3분기 수업을 시작하는 어학실은 왁자지껄하다. 친구와 커피 한 잔 들고 야외 음악당을 바라보며 비가 오면 운치가 있어 좋다고, 언제 우리가 이렇게 되었냐며 허무해 했다. 오늘 같은 날은 가창 골짜기 가서 따끈한 수제비 한 그릇 먹은뒤, 창 넓은 찻집에서 비오는 정경을 바라보며 진한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다고 우리는 넋두리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녀도 나도 따로이 약속이 있는지라 작은 바램은 희망일 뿐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지인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이 흘러갔다.
집으로 돌아온 난,
오늘은 운동을 가고 싶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난 참 우울해 진다.
그래서 친한 친구 J를 불렀더니, 감잎을 한 소쿠리 들고 왔다. 비도 오고 하니 제다를 하잔다.
난 지금 감잎은 너무 억세지 않냐고 했더니, 감잎차는 6월에서 8월까지가 참 맛이 깊다고 했다. 감잎을 채취할 때도 12시에서 오후 2시 사이가 제일 좋단다, 왜냐면 그 시간에 비타민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J는 감잎을 깨끗히 씻어서 물기를 잘 뺀다음 가위로 잘게 잘랐다. 그리고 감잎을 솥에다 넣고 살짝 찐 다음 삼베를 펴놓고 유념을 했다. 한 번 더 감잎을 찌고 유념을 한 뒤, 덖어서 마무리를 했다. 감잎을 두번 찌고, 두 번 유념을 하고 마무리로 한 번 더 잘 덖어 주면 향긋한 감잎 차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했다.
J가 열심히 제다를 하는 옆에서 난 작설차를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J는 봄이면 손수 제다를해서 여러가지 차를 내게 가져다주며 맛을 보인다. 그러면 난 차 맛에 대한 느낌을 일일이 말해준다. 오늘 만든 감잎차는 맛은 아직 보지 못했다. 난 내일 혼자 여유롭게 한 잔 우려서 맛을 음미해볼 생각이다. J는 새봄을 알려주는 생강나무 꽃차를 시작으로 쑥차, 녹차,뽕잎차 그리고 감잎차까지 맛을 보게하는 호사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나이답지 않게 깨끗하고 탄력있는 피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마도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차는 미용에도 참 좋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차를 좋아하니까 친구들이 차 선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난 사시사철 좋은 차의 향기로 일상을 채울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산다.
때때로 차와 함께 나오는 다식도 만들어서, 격조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져오는 J는 내 몇 안되는 보석 같은 친구다.
비 오는 날 나는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그녀는 차를 덖고 나는 차를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