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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환상을 쫒는 여인

by 하이디_jung 2010. 4. 11.

 
  '환상을 쫒는 여인'
토마스 하디의 단편 소설이다.
토마스 하디는 유명한 '테스'와 '귀향'의 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토마스 하디의 '귀향'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젊은 날을 기억하기에 늘 작가에 대한 막연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토마스 하디는 영국에서도 토속적인 소설을 추구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토속적인 어휘들이 정감 어린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는 '환상을 쫒는 여인'을 잠시 틈을 타서 한 번 더 읽어보니 새로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동경하며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 엘라의 막을 수 없는 그 감정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죽음에 이르게 되기까지 내면에서 치열하다. 시인 트리 위 역시 엘라의 사랑을 짐작도 못한 체 사랑에 안타까워하며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엘라의 이루지 못한 사랑 또한 죽음에 이른다.
 엘라의 남편 마치 밀은 능력 있고 부유하지만, 엘라는 시신(詩神)을 숭상하는 여성으로 남편을 물질적인 사람으로 취급하며 정신적인 면에서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 여긴다. 엘라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 가지만 내면에는 엄청난 열정과 욕구로 채워진 감성적인 여인이다.
 엘라를 보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은, 많은 것을 감추고 살아가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나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뜨거운 열정과 많은 욕구들을 숨긴 채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또 다른 엘라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한다. 많은 갈등은 아무도 모르는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치유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부부가 정신적인 합일을 이루기란 쉽지가 않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 의식 세계가 보통의 여자들과 조금 다르기에 많은 갈등과 번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현실은 지극히 물질적이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정신적인 이상을 좇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엘라의 검증되지 않은 트리 위를 향한 마음이 영혼에 이르는 환상을 쫓아가는 사랑이기에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엘라의 사랑은 외날개의 새는 날 수가 없듯이 온전한 사랑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엘라를 보면서 엘라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내면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열정과 욕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과 다를 게 없다.
 '환상을 쫒는 여인'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고 늘 나 자신을 책망하며, 보이는 게 현실이고 삶이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사랑은 애로스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라고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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