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ㄴ ㄷㄹ...
소리도 없이 모니터에 몇 자의 글씨들이 나열되어 말을 만들고 있다.
'잘 있니?'
몇 마디의 인사와 근황이 자음과 모음으로 조합되고 있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말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정성과 성의가 없어 보인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글자가 가볍게 날아 오른다.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내 눈가에 실망스러움이 피어난다.
늘 내 기대를 벗어나는 어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기다 말도 없이 며칠씩 무소식일 땐 참 예의없다고 생각한다.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텐데 그런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 맞아,
내가 그걸 몰랐네.
잘 난 사람은 늘 도도하게 구는걸
난 아직 잘 난 사람 보지 못했는데
나의 가치관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서 글씨가 되고, 그 글씨가 모여서 언어를 만들어 내고, 언어는 모여서 마음을 만들어 낸다.
말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구하기도 하지만 글로서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동화 시킬 수 있다.
무언의 상처는 서운함에서 비롯된다.
이래서 인간관계가 참 어려운가보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는 아무리 어려운 관계에서도 기쁨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작은 상처라도 주지 않았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민감성, 예민함 비슷한 말이지만 민감성은 생물학적인 용어이고 예민함은 심리학적인 용어이나 아마 내가 지닌 언어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