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딩 친구들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치르고 10여년 세월이 막 흐르고 있을 때 태어난 세대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난하고 제대로 배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산업의 역군으로 내몰리던 시대이기도 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시류에 휩쓸려 부지런이 일한 덕분에 오늘 날 지금의 우리가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누구 한 사람 뛰어나게 잘된 사람도 없이 그저 고만고만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전부이다.
그런데 요즘의 동창 홈피가 심상치 않다. 찬 바람이 싱싱불어 몸서리 쳐지는 공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홈피에 드나드는 친구들의 흔적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옛날의 그 따뜻한 마음들은 간데없고 어딘가 냉소적이고 약간의 시기심, 때로는 비겁함마저 느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치열한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힘겹게 살아온 탓일까?
각박한 삶을 사느라 따뜻했던 마음들을 다 소진한 탓일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느냐는 것은 초딩 홈피를 통해서 느끼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요즘의 홈피를 보면 그렇다. 도둑 고양이 처럼 흔적도 없이 왔다가 사라진다. 누군가 글을 올려도 댓글 하나 달아주는 인정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 씁쓸함을 느낀다. 공감대를 느끼면 맞장구를 쳐주고 생각이 다르다 싶으면 "너는 그러니, 나는 이런데"라고 다른 생각을 말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느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홈피를 들렸으면 친구들의 이야기에 댓글 하나 쯤은 달아주는 여유와 사랑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그 작은 여유 조차도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프다. 세상을 얼마나 각박하게 살았으면 그렇게 냉소적일까 싶어 심지어 불상한 마음까지 든다. 옛날의 그 따뜻하고 정이 많았던 마음들은 어디에서 잃어 버리고 저렇게 삭막하게 나이들어 갈까 싶다.
요즘 웃스개 소리에 50이 되면 '배운 사람이나 안배운 사람이나 똑 같다'라는 말이 있다. 배우고 못배우고를 떠나서 친구라는 단어 속으로 둥글게 녹아 드는게 우리 나이일진데 아직도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별 짓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지금의 나이가 움추려 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대충은 보여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따뜻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 원래의 감성은 서정적이고 끈끈한 정을 지닌 사람들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좀은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깊은 맛을 내는 잘 숙성된 된장처럼 구수한 향기가 나는 그런 사람들이기를 바란다.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의 마음을 저버리는 이기적인 비겁함은 종국에 외로움을 초래 할지도 모른다.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와 따뜻한 말 한 마디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그런 친구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