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9일
여행을 다녀온 게 언제인지 어느새 까마득한 지난날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녀온 마무리를 하지 못 한 체 시간만 흐르고 있다.
벌써 유월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매실을 수확하는 계절이다.
5월 18일 우리는 미지의 땅 동유럽을 향해 날아갔다.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우리나라에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고 밤새도록 날았는데 시차로 인해 그곳은 오후 4시였다.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느렸다. 프랑크프루트 공항에 내려서 6시간을 달려간 곳이 뮌헨이었다. 버스로 말이 6시간이지 어둠 속을 자정이 넘도록 버스를 탄다는 게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었다. 이국의 아름다운 정취를 맛보기도전에 일행은 지쳐버린 것이다. 그렇게 진을 다 빼버린 뒤에야 뮌헨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도착했다. 멀리 오게 된 것은 다음 날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기 위한 경계 근처이기 때문이었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 시간에 각자 방 열쇠를 받아 여장을 풀 수가 있었다. 호텔은 독일답게 깨끗하고 아늑해서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 주는 듯했다. 여행자를 위해 호접란을 테이블마다 올려놓아 생화의 상큼함에 기분이 참 좋았다. 오늘부터 나의 룸메이트는 오랜 세월 부대끼며 정들은 승은형님이 되었다. 나는 내 룸메이트에 대한 만족도가 최상이라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예상한다. 먼 길 달려오느라 지친 우리는 샤워만 하고 곧바로 침대로 들어갔다.
이른 새벽 간간이 자동차의 소음과 밝은 햇살이 창을 넘어 방으로 가득 들어와 선잠을 깨운다. 날이 다 샌 거 같아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밖에 되지 않았다. 그곳이 동쪽이라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해가 뜨고 있었다. 밝은 햇살이 숙면에 들지 못하게 방해를 한다.
성당에서도 시간 맞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느린 속도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중세의 영화 장면에서 보듯 경건함과 따뜻한 여운이 느껴진다. 공간 이동으로 미지의 세상에서의 아침은 빠르고도 느린 속도로 열리고 있다. 방해꾼들의 성화에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우기란 어려웠다. 내친김에 씻고 산책에 나섰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동네는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그림 같은 알프스가 다가오고 신선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는 시린 눈을 청정하게 닦아준다. 테라스마다 예쁜 화분이 걸려 있고 마로니에는 햇살을 받으며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있다.
아! 여기가 유럽이지... 그렇게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오늘부터 아침은 빵과 고기 그리고 시리얼, 과일 몇 조각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 뮌헨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알프스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그곳에서의 출발은 멋진 시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짤즈캄머굿으로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가끔 나타나는 중세 고딕풍의 수도원은 고풍스럽기 이를 데 없고 길가에 무리 지어 피어난 예쁜 꽃은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짤즈캄머굿은 2000M 산들 사이로 76개의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짤즈캄머굿에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고 아름다운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는 것이었다. 물살을 가르며 유람선은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든 호수를 가로지르며 나아갔다. 호숫가에 예쁜 집들이 그림 같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일상을 즐기는 듯했다. 일행은 셔터를 연신 눌러 되며 눈둘 곳을 몰라했다. 보이는 것은 그림 같으니 세상은 참으로 공평치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불행이 무엇인지 혹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오직 행복과 축복으로 충만한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또한 세상사이다. 호숫가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림 같은 집을 우리는 정말 부러워했다. 모두 한 마디씩 하기를 '저런 집에서 한 달만 살아 봤으면' 하고. 짤즈캄머굿은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곳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은 아직은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기에 식량 자급력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젊은이가 도시로 빠져나간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이야기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잘츠부르크로 달려갔다. 잘츠부르크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오스트리아의 로마로 알려져 있고,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라 생가와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의 배경이 된 미라벨 정원이 있다. 그리고 현대 지휘자, 거장 카라얀의 생가도 있다. 미라벨 정원은 잘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도레미송을 부르던 아이들과 주인공의 즐거운 시간이...
모짜르트 생가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일행은 한 시간을 건물 안에 갇혀 있게 되었다. 그칠 줄 모르게 퍼부어 되던 비는 맑은 하늘에 햇살을 드러내었다.
그곳의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로 성미급한 사람들은 반팔을 입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날씨와 그의 비슷했다.
오래된 중세의 골목을 만났다. 그 곳 상점의 간판은 하나 같이 옛날 표기 방식인 듯 미용실은 가위가, 옷 만드는 가게는 다리미가 그려져 있고 야채가게는 야채가 그려져 있다. 상형문자처럼 그림으로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골목길이라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잘츠부르크 성당에 도착했으나 내부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여 늦어 버린 것이다. 대신 여유 있게 식당에 도착하여 좀 이르다 싶은 저녁을 먹고 마트에 들러 물과 맥주 그리고 과일을 샀다. 저녁에 맥주 파티를 열고 즐거운 여행을 위한 파이팅을 약속하기 위해서. 이렇게 여행 첫날은 느린 속도로 풍경을 즐기며 지친 몸을 달래주듯이 여유로웠다. 다음 일정을 위해 우리는 비엔나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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