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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프라도 미술관(PRADO MUSEO)

by 하이디_jung 2009. 5. 13.

 

  프랑스에는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에는 우피치 미술관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프라도 미술관이 있다.

도리아, 이오니아 건축 양식을 가미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져 많은 변천사를 거쳐 1868년 프라도 미술관이 되었다. 소장품은 스페인의 합스부르크가 와 부르봉가 군주들이 수집한 미술품으로 이루어졌다. 그 후 여러 군주들을 거치면서 더 많은 작품들을 수집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침략과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탈품이 한 점도 없다는 것이 프라도 미술관의 자랑이자 스페인 국민들의 자랑이라고 했다. 많은 침략으로 문화재와 고미술을 약탈당하고, 전쟁으로 파괴되어 간 우리의 역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과 예술을 사랑하고 보존할 줄 아는 그들의 심미안이 존경스럽고 부러울 뿐이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3층으로 아담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웅장함을 감추고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을 간다기에 지난 밤부터 설렘을 억제할 수가 없어 룸메이트에게 파리의 루브르에서 보았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루브르에서 보았던 신들의 조각상과 성경 이야기를 많이 그린 미켈란젤로와 네오나르드 다빈치의 이야기와 소설 '다빈치 코드'와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다빈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중세 화가들의 그림을 그릴 때 규칙을 떠올리며 우리는 "정말 기가 막힌다"라고 웃으며 존경을 표했다.

1, 모든 그림은 왼쪽에서 빛이 들어와서 오른쪽 그림자로 진다.

2,주인공은 가운데 그린다.

3, 화가는 자기 얼굴을 무조건 그린다.

오래전 미술시간에 배운 것이지만 새삼스럽다.

프라도 미술관은 엘 그레코, 벨라스게스, 프란체스코 데 고야의 작품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에 버금가는 스페인의 대가 호세 데 리베라와 프란체스코 파울 루벤스, 렘브란트, 안토니 반 데이크,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앙투안 와토 등의 주요 작품과 훌륭한 그리스, 로마 풍의 조각상도 수집되어 있었다. 엘 그레코의 <성 삼위일체> <부활> <성모자> <오순절>, 벨라스케스의 <바커스의 승리> <브레다의 개성> <시녀들>등의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정말 그림을 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재미를 더했다. 특히 고야의 100점이 넘는 유화와 수백 점의 소묘가 소장되어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작품 앞에서 권력의 중심에서 왕과 비 그리고 왕자,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자세히 보지 않고 설명을 듣지 않으면 오해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처리한 고야의 고집에 혀를 내둘렀다. 그 그림을 그리기 전 왕비에게 불려 간 고야는 왕비의 자기가 주인공이 되게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고야는 왕도 있고 왕자도 있는데 어찌 왕비가 주인공이 되게 그릴 수 있냐며 무능한 왕과 교활한 왕비를 제치고 왼쪽으로 살짝 비켜선 왕자를 앞쪽으로 슬쩍 당겨 놓음으로써 주인공이 되게 그렸던 것이다. 고야의 또 다른 일화는 카를로스 4세의 누이인 공주가 고야를 못살게 구는 경향이 있어 고야는 공주를 가족들 뒤에 얼굴만 겨우 보이게 그렸는데 그것도 정말 미운, 이목구비가 비대칭을 이루도록 그렸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고야는 고집과 심술 그리고 유머를 동시에 지닌 화가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신화 이야기를 해야겠다.

루벤스는 신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 파리스의 심판>은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트로이 전쟁의 불씨였던 파리스의 심판은 영웅의 죽음과 트로이의 많은 이야기 중심에 있으면서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나체의 <세 여신>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루벤스는 여신들을 그리되 측면 뒷면 그리고 정면을 각 각도에서 다양하게 그린다는 것을 많은 루벤스의 작품을 보면서 알았다. 함께 감상하던 형님은 "이제 그만 라파엘의 천사를 보러 가자"라고 했지만 나는 종교적인 그림보다 신화나 빈센트 반 고흐의 풍경화나 유화를 더 좋아한다. 시간은 없고 볼 그림은 엄청나고 그래서 제대로 하나라도 보기 위해선 무엇을 볼 것인가 결정을 하고 보지 않으면 하나도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앞에서 응급한 유명한 그림을 먼저 보고 난 뒤에는 나 스스로가 어떤 작품을 볼 것이가 결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난 루벤스, 고야, 렘브란트, 벨라스케스를 결정했다. 다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그림을 보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보아야 할 것들을 미리 정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의 나는 환희와 희열로 가득했다.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감격했다.

피카소 미술관을 갔을 때와 또 달랐다. 현대 미술과 달리 중세의 미술은 어딘지 모르게 낭만이 있고 천국과 지옥 그리고 태초 이전의 신들의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야의 <아들을 삼키는 크루수스 이야기>를 보면서 피카소의 <아들을 삼키는 크로수스 이야기>의 원본을 본 피카소의 재해석을 떠올려 보았다. 고야의 <아들을 삼키는 크로수스 이야기>는 환생과 희망을 그리고 있는 반면 피카소의, <아들을 삼키는 크로수스 이야기>는 죽음과 절망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불교적인 윤회설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림에 빠져있던 나는 시계를보니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나오니 이미 일행은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나보고 "미술관만 가면 정신을 못 차리세요"라고 한 마디 한다.

아!

프라도 미술관은 입장료를 내면 전체 인원에 티켓은 한 장만 준다. 피카소 미술관은 15명당 한 장이며, 나는 프라도 현지 가이드에게 어설픈 영어로 "프라도 미술관 티켓이 필요하다, 당신이 가지고 있냐, 나는 글을 쓰기 때문에 그 티켓이 꼭 필요하다"라고 했더니 처음에 없다고 하더니 과람을 한참 하고 있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티켓 한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감사하다고 , Thank you로 거듭거듭 인사했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지도 않는 영어를 했기에 옮겨 볼까 한다.

" Excuse me. have you(do you have) enter ticket PRADO MUSEO? but I need ticket. I write essay"라고 하면서 갖은 애교를  떨었다. MUSEO는 스페인 말이다. 영어로는 MUSEUM이다. 사실은 엔터 티켓이 아닌데 그 때는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입장권(admissin, entrance) 이 단어는 집에 왔어도 생각이 나질 않아 사전을 찾아보고야 알았다. 그래도 열쇠가 고장 나서 방에 들어가지 못한 일행을 위해 카운터로 내려가 설명하고 문을 열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어설픈 영어로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게 어딘데 하고...

프라도 미술관을 나오며 언젠가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군가와 꼭 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너무나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내 눈을 밝게 하고 예술의 가치를 한없이 즐긴 시간이었다.

뭉게구름 두둥실 떠 있는 하늘을 보며

"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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