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한가한 오후다.
예정대로였다면 산에 가는 날이다.
갑자기 일이 생겨 산행에 참가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일이 생겼기에 나는 하루 종일 한가하다.
그래서 겨울 길목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작은 텃밭을 가꾸던 사람들은 배추를 뽑아 차에 가득 싣고 넉넉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사소한 모습에서 서민의 행복을 측정해본다.
저 사람들은 참 많이 행복할 것이다.
물을 주고 농약대신 벌레를 잡아 주고 포기마다 사랑과 정성을 주어서,
자기가 직접 키운 속이 꽉찬 배추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싶다.
농사라면 고된 삶이 되지만은 작은 텃밭은 행복이지 않을까.
아마 오늘 저녁 식탁에는 노란 알배추에 된장 올려서 쌈을 싸 맛있게 먹을지도 모르겠다.
식탁에 둘러 앉아 아이는 부모의 정성을 볼이 미어져라 오물거리겠지.
정겨운 모습이 마치 내 식탁의 풍경처럼 그려진다.
물기가 말라버린 억새는 그저,
서걱거리며 바람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