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치를 쭉쭉 찢어서 밥위에 얹어 볼이 미어져라 맛있게 먹었다.
벌써 여기저기서 김장이 한창이다.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김장을 빨리 한다.
서리가 내리면 무우, 베추가 얼어 버리니 서두르는 것이 아닐까.
그저께 작은 집 동서가 김장을 했다고 맛을 보라며 한통을 주었다.
작은 박스 안에는 두 가지의 배추김치와 무우김치 그리고 떡국이 들어 있었다.
김치를 맛보라고 주는 것도 깊은 정을 느끼기에 충분한데,
떡국이랑 무우김치까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말 할 수 없는 끈끈한 그 무엇을 느꼈다.
어른들이 돌아 가시고 우리가 시골과 단절된 정이 안스럽기도 하였던 모양이다.
동서가 주는 김치를 풀어서 통에 챙겨 넣는데 가슴이 찡하고 코등이 시려왔다.
동기간보다 더 살갖게 느껴지는 그 정이 어쩌면 나를 목메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이는 나보다 적은데도 형제가 많아서인지 사람 마음을 섬세하게 보듬을 줄 알고 있는 거 같다.
동서네 형제들이 다 모여서 행복하게 만든 김치가 내게 사랑의 고귀함으로 놓였다.
그래서 나는 슬픔을 느껴야 하기도 했다.
눈물 몇 방울 찍어 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