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바람이 목을 쓸고 지나간다.
어깨를 한껏 움추렸더니 뒷목이 뻐근하다.
겨울 한가운데 길을 나서니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 오니 피로가 몰려 왔다.
왠만하면 낮에 몸을 누이는 일이 없는 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양치질만 끝내고 침대로 들어가 웅크린체 선잠에 빠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소음에 몸을 일으켜 보지만 정신은 깨어나질 않는다.
진한 에소프레스를 내려서 마시며 비로소 게을러진 나 자신을 책망한다.
서둘러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연습장엔 여전히 사람들로 분비고 있었다.
나 혼자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인양 어리광을 부린 모양이다.
쏴한 찬바람이 의식을 깨우듯 나를 휘돌아 간다.
비로소 세상의 기운을 느끼며 해질녘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