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집에도 가을 햇살이 방안 가득 채워진다.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서너 달이 지났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아담하고 정겹다.
오래전 이 집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갔었다. 그리고 줄곳 아파트에서 살다가 남편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다시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꼭 고향에 돌아온 것 마냥 포근하고 정겹다.
처음엔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불편한 것도 없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은 거 같다. 근방에 두류공원이 있어 운동하기 좋고 마당이 있어 좋다. 베란다에서 키우던 화분을 마당에 두었더니 정원이 되었다. 아랫집 윗집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좋다. 무엇보다 아담해서 좋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큰길을 끼고 있어 몹시 시끄러웠는데 조용해서 너무 좋다. 대신 단점들도 있다. 우선 겨울이면 춥다. 그리고 화분 둘 때도 마땅찮고, 겨울이면 해가 짧아 햇볕이 적게 든다. 어디에 살던 장단점은 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게 또한 인간이 아니던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 편히 사는 게 최고라 여기며 아이들 위해 기도하며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작은아이가 오늘도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고 남편은 여태껏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만끽하고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열심히, 너무 열심히 살아오느라 많은 것들을 놓치기도 하고 남편과 제대로 된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열심히 산덕에 아이들은 잘 컸으니 자식교육은 성공이다. 돈이야 먹고 살만큼 벌면 된다. 젊은 날 좋은 것 많이 하고 즐겼으니 나 자신은 한 점 후회도 없다. 오히려 긴장과 불안했던 지난 날 보다 적은 수입이라도 마음이 편한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여유로워서 좋다. 이제 날이 풀리면 남편도 자기 자리를 찾을 것이고 아이들은 꿈을 찾아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나 또한 남은 공부가 끝나면 삼월에 국시를 보고 자격증을 획득하고 직장을 얻을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겠지. 나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빨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결혼하고 30여 년 참 바쁘게 살았다. 이제는 모든 것 내려놓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고자 한다. 겨울을 쫓아가는 가을 햇살 한 줌이 소중한 이 가을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겨우살이 준비 김장을 마치고 나니 걱정이 없다. 이제는 하얀 눈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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